어린 시절,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기관지천식을 심하게 앓았으므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부유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내 방엔 다른 친구들 집엔 없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었고, 조립해 만들 수 있는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매일 장난감을 조립하고 공상과학 소설들을 즐겨 읽으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브이>나 <전격 Z작전>을 시청하던 어느 날, <주말의 명화>였는지 <토요명화>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디선가 방영한 <스타워즈>를 보게 되었다.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지구라는 별은 영화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등장했다 치더라도 지구는 작은 변두리 행성 중 하나로 나왔을 것이다. 그 세계 안에선 우주의 다양한 종족들이 거대한 연합을 이루어 살고, 그 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제국이라는 또 하나의 집단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든 것의 중심에 자리한 포스라는 신비한 힘. 빛과 어둠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힘. 그리고 그 힘을 가진 제다이 기사들과, 자신에게 전 우주의 균형을 맞출 거대한 포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던 주인공. 다음날 나는 일어나자마자 비디오 가게로 달려갔다. 세편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빌려 내리 세편을 다 보았다. 동서양의 철학을 동시에 담고 있고, 부자 관계로 얽힌 출생의 비밀이 존재한다. 평범한 세계에 살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의 힘을 깨닫는다. 그 힘으로 인해 몸담은 세계로부터 단절되며, 다른 곳에서 능력을 연마하고 돌아와 악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한다. 이 시리즈가 히어로물의 법칙을 완벽히 준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는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영화를 접했기에 충격이 컸다. 지금 생각해봐도 “I’m your father”라는 다스 베이더의 대사에 입을 다물지 못한 내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면서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저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다. 단지 병치레로 인해 집에만 있던 한 아이가 화면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영화에 압도되어 그 영화에 빠지고, 나에게도 그런 포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던 날들을 떠올려본다. 어느새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지금도 여전히 <스타워즈> 시리즈를 사랑하며 다음 시리즈를 기다린다. 포스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아직 철이 안 들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시대가 영화보다 더 말도 안 되게 돌아가고 있고,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농락하며, 드러난 죄마저 부정하면서 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에 분개한다. 난세엔 영웅이 탄생하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는 법. 우리나라에도 루크 스카이워커 같은 영웅이 나타나 포스의 힘으로 국민들을 농락한 주범들을 물리쳐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배우의 길을 열심히 걷고 있고, 미숙하지만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영화인으로서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멋진 영화를 만드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스타워즈> 속 대사처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기원하며. May the Force be with you.
한성천 배우. <용서받지 못한 자>(2005), <577 프로젝트>(2012), <롤러코스터>(2013), <소시민>(2015), <터널>(2016) 등에 출연했다. 언젠가 시나리오작가로 데뷔할 날을 꿈꾸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