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의 때깔이 좋다. <더 킹>을 본 이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었다. 후반작업에서 매 컷 화면의 밝기, 채도, 콘트라스트를 매만진 박진호 색보정 기사는 <더 킹>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니만큼 그 시대를 연상케 하는 “세피아 계열 모노톤의 색감이 주된 컨셉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톤 다운된 느낌을 지향한 김우형 촬영감독과 경쾌한 느낌을 살리려 한 한재림 감독의 의견을 반영해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되 올드해 보이지 않고 세련된 색감”의 절충점을 찾았다. 서사의 흐름에 따라 밝기도 섬세하게 조정됐다. “태수(조인성)가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전까지는 밝고 경쾌했다가 펜트하우스에 입성하면서부터는 톤 다운이 되고, 후반부엔 다시 밝아진다. 연대기를 다룬 서사라 가능한 즐거운 작업이었다.”
남자 캐릭터들이 주축이 되는 강한 영화를 유독 많이 맡은 박진호 기사는 <더 킹>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작업으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신세계>를 꼽았다. “전자는 <더 킹>처럼 시대극인 만큼 비슷한 톤으로 가되 촌스러운 느낌과 날것의 느낌을 더 살려 얼굴을 누렇고 빨갛게 보정했다. 소위 ‘술톤’ 같은 느낌으로. (웃음) <신세계>는 <더 킹>과 반대로 쨍 하고 샤프하게 표현했고, 컷마다 얼굴에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줬다. 그림자를 드리워 험상궂게 보여야 했으니까.” 이 밖에도 줄줄이 레퍼런스가 나오는 박진호 기사의 이력을 훑자면 200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에 압도된다. 2000년대 초반,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뀐 이래 한국영화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작업해온 영화들의 비하인드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아가씨>는 전체적으로 블루와 그린이 감도는 톤이었고 <내부자들>은 깊이 있는 블랙, <건축학개론>은 아련한 파스텔톤, <후궁: 제왕의 첩>은 붉은 톤을 강조했다.” 최대한 작품의 색을 살릴 수 있게 작업한다는 그답다.
17년째 영화 후반작업을 하고 있는 박진호 기사는 CG로 영화에 입문했다. 어릴 때부터 “영상의 힘을 믿었다”는 그는 <품행제로> CG로 시작해 영화가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디지털 색보정(DI)에 뛰어들었고 <아는 여자>부터 풀 디지털로 DI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영화 후반작업업체 씨네메이트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택시운전사>와 <보안관> <악녀>를 작업 중이라는 그는 디지털 색보정을 “영화의 광택제 역할”이라고 말한다. “감독의 색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광택을 내는 것이 우리 일이다. 드러나진 않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꾸준히 계속 작업하고 싶다.”
베이스라이트
“전문 색보정 기계다. 극장과 동일한 환경을 갖춰놓고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며 이 기계로 색보정 작업을 한다. 동그랗게 생긴 건 트랙볼이라는 건데, RGB(레드, 그린, 블루)를 조절하고 혼합하는 장치다. 디지털 팔레트랄까. 볼을 미세하게 굴려가며 조절해 섬세하게 색감을 구현한다. 일상에서도 둥근 물체만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웃음)”
영화 2017 <택시운전사> 2017 <악녀> 2017 <보안관> 2017 <해빙> 2017 <더 킹> 2016 <인천상륙작전> 2016 <아가씨> 2015 <내부자들> 2015 <검사외전> 2015 <히말라야>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무뢰한> 2014 <군도: 민란의 시대>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더 테러 라이브> 2013 <숨바꼭질> 2013 <관상> 2012 <신세계> 2012 <은교> 2012 <후궁: 제왕의 첩> 2011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1 <고지전> 2011 <건축학개론> 2010 <달빛 길어올리기> 2009 <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