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어>는 전작 <서유기: 모험의 시작>(2013)처럼 주성치가 나오지 않는 주성치 영화다.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이 짧고 굵게 나온다. 전계문, 임자총, 조지릉이 그들이다. ‘성치 패밀리’이자 주성치 영화의 단골 출연배우다. 참, 오맹달 아저씨가 나오지 않은 건 무척 아쉽지만 말이다.
1. 전계문
<미인어> 초반부, 사이비 사설 세계희귀생물박물관장이 강아지에 선 몇개 그어 백두산 호랑이로 둔갑시키는 걸 보고 배꼽 빠지도록 웃는 구경꾼 아저씨로 출연했다. 전계문과 주성치의 인연이 시작된 작품은 <구품지마관>(감독 왕정, 1994)으로 알려져 있다. 주성치와 오맹달이 안치실에서 단서를 찾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주성치가 장난삼아 전계문에게 집게를 끼웠는데 전계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뒤 주성치가 “아프지 않았냐”고 묻자 전계문은 “아팠지만 감독님이 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어찌 움직일 수 있는가”라고 대답했다. 그 말로 주성치의 눈에 들어 1996년 주성치의 회사에 영입됐다. 이후 <식신>(1996)의 초록 머리, <럭키가이>(1998)의 배달원, <희극지왕>(1999)의 연기 지망생, <소림축구>(2002)의 삼사형(철갑 복부), <쿵푸허슬>(2004)의 도끼파 고문 등 많은 작품에서 주성치와 호흡을 맞췄다(<CJ7-장강7호>(2008)에서 아주 짧게 우정 출연한다). 주성치의 매니저 격이며 오랜 친구이자 동료.
2. 임자총
“문고리 다 고쳤습니다.” <미인어>에서 주인공 인어 산산(임윤)은 청정구역 청라만 개발을 주도한 부동산 재벌 류헌(덩차오)을 암살하기 위해 류헌의 사무실에 침입했지만 임무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서스펜스와 코미디가 어지럽게 뒤섞인 상황에서 뚱보 문고리 수리공이 사무실 안 문을 열고 나타났으니, 바로 배우 임자총이다. 주성치 사단의 막내인 그는 곡덕소와 함께 만능 브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민영방송 <TVB>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주성치를 알게 되면서 주성치 회사에 시나리오작가로 합류했다. “뚱뚱한 사람이 경공술을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졸지에 <소림축구>의 막내로 캐스팅돼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쿵푸허슬>에서 주성치의 오른팔인 ‘물삼겹’을, <CJ7-장강7호>에서 주성치를 구박하는 건설현장 반장을 맡으며 주성치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다. 연기뿐만 아니라 본업인 작가와 연출 활동도 틈틈이 하고 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연애의 법칙>(2006)과 조연으로 출연하고 연출을 맡았던 <시공을 초월한 구원병>(2012)이 그것이다.
3. 조지릉
청라만의 인어 무리 중 올백 머리에 가죽 점퍼를 걸친 아저씨가 어딘가 낯이 익다. 바로 <쿵푸허슬>에서 재단사를 연기했던 조지릉이다. 그는 돼지촌을 지키기 위해 팔에 철환을 걸고 도끼파와 맞서 싸웠다(돼지촌 주인(원화)에게 호모라고 놀림을 받으며 운다). <쿵푸허슬> 개봉 당시 홍가쿵후(홍가권)의 대가라는 사실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그가 구사한 무공은 홍가철선권. 조지릉은 1970년대 <사형도수>(감독 원화평, 1978), <육합천수>(감독 양권, 1979)에 출연한 배우로,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술 교실을 열어 쿵후를 가르쳐왔다고 한다. 주성치와는 <쿵푸허슬> <서유기: 모험의 시작>(감독 주성치·곽자건, 2012)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대체 누구와 닮았을까 떠올려보니 중년배우 윤문식과 닮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