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주성치가 들려주는 착하고 재미난 동화 <미인어>
2017-02-22
글 : 송경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청라만에는 인어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젊은 부동산 재벌 류헌(덩차오)이 청라만까지 개발하려 하자 생존의 위협을 느낀 인어들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 인어 중 가장 예쁜 산산(임윤)을 육지로 보내 미인계로 류헌을 제거할 계획을 꾸민 것. 한편 성공을 위해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류헌은 자신을 시기하면서도 깔보는 부자들에게 질려 있다. 욱하는 마음에 산산과 만남을 시도한 류헌. 서로 다른 속내를 감추고 만남을 이어가는 류헌과 산산은 어느새 서로에게 진심으로 빠져든다.

<미인어>는 감독으로서 주성치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영화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2013)에 이어 또 한번 판타지적인 소재를 끌어온 주성치가 끝내 들려주고 싶은 건 착하고 재미난 동화다. 보기에 따라선 지나치게 만화적이고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끝내 마음을 두드리는 선한 시선에 동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호불호도 갈린다. 착한 이야기라는 명확한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주성치식 개그로 채워져 있다. 주성치 초기 영화들이 선보였던 B급 유머 코드에 좀더 가까워졌는데 의도적인 조악함이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한 <서유복요편>(국내 미개봉)의 서극 감독, <서유기: 모험의 시작>의 문장 등 주성치 사단의 깨알 같은 등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협에 대한 주성치의 진한 애정도 곳곳에 녹아 있어 마니아들을 자극할 요소가 충분하다. 2016년 중국 개봉 당시 1억 관객을 동원하며 주성치 영화의 대중적 폭발력을 새삼 증명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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