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조작된 도시> 오규택 미술감독
2017-02-23
글 : 이예지
사진 : 오계옥

“소년들의 로망이 담긴 영화다. 만화 좋아하냐고? 안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웃음)” SF 만화 같은 세계관을 그려낸 <조작된 도시>의 오규택 미술감독은 “취향에 딱 맞는 영화라 신나게 작업했다”고 말한다. 오픈마인드로 “최대한 재미있게” 영화에 접근했다는 그는 세트와 소품에 “벤츠 엔진을 마티즈에 박고, 컴퓨터 팬으로 드론을 만드는 등 철없는 생각들”을 많이 반영했다. “리얼리티와는 맞지 않더라도 기발하고 만화적인 발상이 중요했다. 감독님께서도 흔쾌히 오케이해주시더라. (웃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 한편, 비현실적인 것은 현실처럼 보이게끔 디자인하는 것도 오규택 미술감독의 과제였다. “모든 디자인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영화상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도 이유들을 설정해놔야 어색함이 없으니까.” 이를테면 권유(지창욱)가 갇히는 특수 교도소는 개미굴처럼 지하 속에 만들어진 설정으로 통제실과 연병장, 복도와 계단 설계도면을 만들었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광량이 다르다. 여울(심은경)의 집을 디자인할 땐 “그가 왜 혼자 살게 됐는지” 사연을 고민해 자동차 의자며 구형 모니터 등 잡동사니들을 가득히 설정했다. 악당의 공간인 데이터뱅크는 바닥 전체가 스크린이다. 이 아이디어는 <부당거래>(2010)의 철기(황정민)가 사진들을 발로 쳐내는 신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가구를 다 치우면 데이터들을 띄울 수 있는 스크린이 드러나는 구조다. 악당의 지질한 성격에 쪼그려 앉아 조작을 하는 자세도 잘 어울릴 것 같더라. (웃음)” 해당 신을 전부 CG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얼굴에 닿는 빛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 스크린을 만들었다. 세트의 유리판 밑에 LED 패널을 깔았고, 영상들을 재생했다.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무대미술 전공 1기인 오규택 미술감독은 ‘기아차 모닝’, ‘삼성 갤럭시’ 등 광고와 영화 미술감독을 겸업하고 있다. 그에게 광고와 영화는 “토끼와 노루를 잡는 일”이란다. “광고가 생업이라면 영화는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는 것 같달까. (웃음) 광고는 순발력이 필요하고 트렌드를 좇는 반면, 영화는 하나만 깊이 사색할 수 있다. 영화 속 공기를 관객이 함께 들이마실 수 있게 한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제의가 들어오면 거부할 수가 없다. (웃음)” 그는 계속 광고를 병행하면서 차기작으로 <신의 한 수>의 후속작인 <귀수>(가제)를 준비 중이다. 한동안 광고에 매진했으니 이쯤 되면 영화가 하고 싶어질 타이밍이란다. “앞으로도 토끼와 노루 둘 다 놓치지 않겠다”라며 웃는 그는 즐기며 일하는 멀티 플레이어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장난감 세트

“직접 조립한 RC카와 플레이스테이션4, 그리고 바이크 헬멧들. 나를 철들지 않게 하고, 재미있는 발상을 떠오르게 하게 하는 소중한 원동력들이다.”

영화 2017 <조작된 도시> 미술감독 2014 <신의 한 수> 미술감독 2009 <사요나라 이츠카> 아트디렉터 2007 <사랑> 아트디렉터 2005 <파랑주의보> 미술감독 2002 <피도 눈물도 없이> 세트 일러스트레이터 드라마 2017 <왕은 사랑한다> 컨셉 아티스트 2012 <한반도>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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