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없는 주성치 영화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미인어>(2016)는 주성치 영화의 정수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조금 더 대중적이고, 조금 더 규모가 커지고, 조금 더 친절해졌을 뿐이다. <몬스터 헌트>(2015)를 제치고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주성치에게 감독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 이어 이번에도 기록적인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깊게 고민한다. 관객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흥행이다. 그게 기본이자 출발이고 끝이다. 흥행은 관객이 좋아하는 것과 비례해서 움직이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생각한다.
-오프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스펙터클한 화면이 아니라 유머에 집중한다. 초창기 B급 유머 감성의 집약을 보는 것 같다.
=관객을 웃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 영화는 아주 행복한 코미디영화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당신이 웃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렇게 한명에 집중하다보면 다 같이 웃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어 산산 역의 오디션에 12만명 넘는 응시자가 모였다고 들었다.
=사실 다른 선택권도 많았다. 오디션에서 임윤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서 항상 모자란 느낌을 줬다. 그녀의 어설픈 연기로 많이 웃었다. 나는 그게 코미디의 재능이라 생각한다. 또 산산 역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필요했다. 공중 와이어 신이나 수중 신 등을 버틸 수 있어야 하고 당연히 수영도 잘 해야 했다. 체력 외에도 모든 장면이 도전이어서 정신력도 필수였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그녀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윤의 대척점에 있는 장우기와 존재감이 돋보인다. 문어인간을 연기한 나지상도 전작 <서유기: 모험의 시작>과는 전혀 다른 코믹한 매력을 선보인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역할들이 더 어렵다. 장우기와 나지상은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소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전적으로 배우의 힘이다.
-당신 자신이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닌 배우이기도 하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연기지도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
=배우들과 일하면 내가 생각보다 엄격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가 나오길 원할 때는 바로 시범을 보이지만 동시에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자신이 맡은 역을 배우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가능한 한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하지만 배우가 캐릭터를 해석하고 덧붙일 때는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제작을 맡은 <서유복요편>의 감독 서극이 카메오로 등장한다(현재 개봉 중인 <서유복요편>은 오프닝 스코어만 보면 <미인어>의 기록도 넘어섰다).
=그와 함께 작업하면서 내 인생의 코미디 한편을 완성한 느낌이었다. 잘생긴 데다 유머 센스까지. 나이만 제외한다면 흠을 찾을 수 없다. (웃음)
-<소림축구>(2001) 개봉차 내한했을 때, 인터뷰에서 “감독 주성치는 자라고 배우 주성치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감독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배우로서의 경력을 절대로 그만둔 적이 없다. 좋은 역이 있다면 당연히 배우로 출연할 생각이다. 아직 출연하고 싶은 작품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서두르고 싶진 않다. 반드시 배우로 돌아올 테니 기다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