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원작 코믹스의 울버린에 관하여
2017-03-08
글 : 김현수
<울버린: 올드맨 로건>

“나는 내 분야에서 최고다. 하지만 나는 전혀 친절하지 않다.” 그래픽노블의 거장 프랭크 밀러가 작가 크리스 클레어몬트와 1982년에 발표한 만화 <울버린>의 첫 대사는 울버린의 최고 명대사로 자리잡았다. 프랭크 밀러는 <엑스맨> 시리즈 사상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로서 울버린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를 실패한 사무라이 컨셉의 캐릭터로 재창조해보고 싶다는 크리스 클레어몬트의 말에 작업을 시작했다. 마음대로 죽지 못해 매번 상대를 떠나 보내느라 숱한 사랑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한곳에 정착도 할 수 없는 울버린의 쓸쓸한 내면과 사무라이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프랭크 밀러의 그림 속에서 도쿄 밤거리를 거닐던 울버린의 뒷모습은 누아르영화 속 주인공처럼 터프하고 잔인해 보였다. 그는 사랑에 모든 걸 걸어볼 용기를 지닌 로맨티스트이기도 했다. 실패한 사무라이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은 죽거나 다치거나 사라져간다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남자. 일본으로 넘어가서 유일한 사랑이었던 유키코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울버린>

배리 윈저 스미스가 쓰고 그린 <울버린 웨폰 X>에서는 그가 재생 능력을 지닌 특별한 인간이란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비밀병기 생체 실험에 징용되어 울버린이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두편 모두 영화 원작의 토대가 됐다. <로건>은 정확하게 말하면 특정 코믹스 원작을 각색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킥애스> <원티드>를 쓴 작가 마크 밀러와 작화가 스티븐 맥니븐이 작업한 <울버린: 올드맨 로건>은 영화 각본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짐작된다. 왜냐하면 <울버린: 올드맨 로건>이 이미 먼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본 설정이나 등장인물, 펼쳐지는 액션의 수위 등은 영화와 다르지만 과거의 잘못과 우연히 찾아온 조력자, 그리고 둘이 함께 먼 여행길에 오른다는 이야기의 주요 골자는 사실상 같다. 로건과 로라의 관계에서 <킥애스> 시리즈의 그것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매드맥스>의 디스토피아 풍경이 연상되는 원작에서 로건이 발톱을 접고 싸움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자신이 다른 엑스맨 멤버들을 실수로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울버린은 다시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세상은 온통 악당들의 지배에 넘어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시 한번 은퇴한 무법자로서 전의를 불태운다. 이미 영화화된 이후에 그린 코믹스의 경우에는 배우의 실제 얼굴이 그림 속에 언뜻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울버린의 조력자로 칼리반(스티븐 머천트)이라는 뮤턴트가 등장하는데 코믹스에서는 나이가 들어 눈이 멀어버린 호크아이가 등장한다.

<울버린 웨폰 X>

<엑스맨> 코믹스 시리즈는 1963년 이래 지금껏 엄청난 스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부 보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이들은 때로 우주로도 날아가 활약하기도 하는데 <엑스맨: 데들리 제네시스>와 <언캐니 엑스맨: 시아 제국의 흥망>에서는 ‘엑스맨팀’을 결성했던 자비에 교수가 실은 비밀리에 우주에서 어떤 팀을 결성했다가 임무 실패로 대원을 잃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에 앙심을 품은 생존자 벌칸이 엑스맨들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들까지 복수하겠다고 나서 이를 수습하는 이야기다. <로건>에서도 자비에 교수가 과거의 어느 날, 실수로 엑스맨들을 죽인 정황을 언급 하는 대사가 나온다. 여러 편을 소개했지만 역시나 울버린 최고의 명작은 프랭크 밀러의 버전이다. 아직 그래픽노블을 접하지 않은 독자라면 1982년작 <울버린>부터 읽길 권한다.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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