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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콩: 스컬 아일랜드>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
2017-03-09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젊고, 자신만만하고, 패기가 넘친다. <콩: 스컬 아일랜드>가 구현한 괴수 ‘콩’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어쩌면 이건 수십년간 이어진 킹콩영화의 계보 속에서 <콩: 스컬 아일랜드>가 차지하는 개성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유인원의 모습을 한 괴수와 금발 미녀로 상징되는, 고전적인 킹콩영화의 플롯에서 벗어난 이 작품은 1970년대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장르영화의 개성과 21세기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서사를 배합한 매력적인 하이브리드영화로 거듭났다. <콩: 스컬 아일랜드>를 연출한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은 아직은 이국적인 이름만큼이나 낯선 존재이지만, 그의 첫 블록버스터 연출작인 이 영화는 또다시 재능 있는 신인감독을 발굴해낸 할리우드의 안목을 높이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을 찾은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과의 만남을 여기에 전한다.

-영화 <킹 오브 썸머>(2013), TV시리즈 <매시 업>(2012) 등 코미디 장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콩: 스컬 아일랜드>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그저 ‘코미디’로만 규정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킹 오브 썸머>를 보더라도 재미있는 장면도 있지만 성장담도 있고 드라마적인 요소도 많지 않나. 평소 할리우드영화를 보며 코미디는 코미디, 액션은 액션, 이런 식으로 톤이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국영화를 보면 한 작품 안에서도 톤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연출자로서 그런 한국영화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유머도 있고 현실적인 면모도 있으며 스케일도 크고 액션도 풍부한 영화로 <콩: 스컬 아일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기존의 킹콩영화와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을 향한 욕심이 있었다. 1970년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 같은 전쟁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제작사에서 의외로 수용을 잘해주더라.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관심을 둔 이유는.

=긴 대답을 하게 될 것 같다.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심미적인 관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과 베트남전쟁, 헬리콥터와 괴수. 이렇게 1970년대의 다양한 요소들을 뒤섞었을 때 전에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대부분의 킹콩영화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3년은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폭동이 일어났으며 전쟁 패배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던 시기다. 더불어 대중이 기본적인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긴 대답을 하게 될 것 같다.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심미적인 관점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과 베트남전쟁, 헬리콥터와 괴수. 이렇게 1970년대의 다양한 요소들을 뒤섞었을 때 전에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대부분의 킹콩영화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3년은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폭동이 일어났으며 전쟁 패배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던 시기다. 더불어 대중이 기본적인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비현실적으로 작열하는 태양과 ‘사랑하는 빌리…’와 같은 등장인물들의 시적인 대사 등 그래픽노블이나 코믹스 스타일을 차용한 연출 방식이 인상적이다.

=의도적인 연출이었다. 일본 만화와 코믹스, 비디오게임을 즐기며 자라온 성장 배경 덕분인지 시각적인 스타일에서도 그래픽노블이나 코믹스 방식을 차용하게 된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면 매 프레임이 한폭의 그림 같잖나. 그처럼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을 세련되게 연출해보고 싶었다. 얘기한 대로 이 영화 속 태양은 비현실적으로 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섬은 때때로 약에 취한 사람들의 상상처럼 몽환적으로 묘사된다. 그렇게 현실적인 요소들과 초현실적인 표현을 균형감 있게 섞으려 했다.

-킹콩과 고질라, 장르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두 괴수물의 세계관을 통합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영화마다 너무 서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였다. 오로지 다음 편을 위해 이번 영화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끼워넣는 작업 방식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를 작업하면서도 마찬가지로 킹콩과 고질라의 세계관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와 속편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기보다 이 영화 자체의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괴수영화 팬들이 가장 기다려왔던 장면이 나온다. 바로 킹콩과 고질라의 대결 장면이다. 사이즈와 특성이 다른 괴수간의 액션 시퀀스를 어떻게 연출하려 했나.

=굉장히 열심히 찍은 장면이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위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기본적인 컨셉은 콩이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생각을 하면서 싸운다는 점이었다. 스마트한 괴수이기 때문에 도구를 활용한 액션 신을 고안했고, 고질라의 움직임 또한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하게 전개하려 했다.

-도구를 사용한다는 특성과 더불어 콩이 영장류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건 그의 눈빛이다. 인간을 닮은 그의 눈빛이 인상적이더라.

=톰 히들스턴과 브리 라슨, 존 C. 라일리 등 주연배우들에게 주지시켰던 점과 비슷한데, 이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이 중요하다. 인간과 괴수가 교감하는 통로가 ‘눈빛’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섬의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동시에 콩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들의 눈빛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 영화 속 콩이 다른 킹콩영화 속 콩보다 굉장히 크다. 인간과의 사이즈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간과의 교감은 오로지 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설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화는 도시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립된 섬 안에서만 이야기를 진행했다. 속편에서는 도시와 문명사회의 모습을 보게 될까? 힌트를 준다면.

=속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당신과 내가 (속편에 대한)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킹콩과 고질라는 이미 대중문화의 일부인 존재들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 만큼 대중적으로 영향을 미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콩: 스컬 아일랜드>가 만들어낸 룩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시각적으로 비슷한 정서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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