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남들 앞에서 한번쯤 가족이 부끄럽지 않았던 이가 있으랴 <토니 에드만>
2017-03-15
글 : 이예지

루마니아에서 일하고 있는 이네스(산드라 휠러)를 아버지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가 방문한다. 빈프리트는 이네스의 리셉션 파티에 동행하며 그녀를 종종 난처하게 만든다. 이윽고 빈프리트는 딸과 작별의 시간을 갖고 다시 독일로 떠난 듯했지만, 엉뚱하게도 더벅머리 가발 차림새로 다시 딸의 일터에 등장한다. 빈프리트는 자신이 독일 대사 ‘토니 에드만’이라고 주장하며 기행들을 반복해 이네스를 곤경에 빠뜨린다.

남들 앞에서 한번쯤 가족이 부끄럽지 않았던 이가 있으랴. 가장 내밀한 영역과 가장 공적인 영역이 겹칠 때, 인간은 자신의 가장 나약한 면을 들킨 것만 같은 민망함과 난처함을 느낀다. <토니 에드만>은 그 순간의 감정들을 낯부끄러울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재현해내는 작품이다. 커리어우먼 이네스는 자신이 공적 자아를 단단하게 쌓아올리고 있는 공간에 허름한 차림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틈입해오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당황한다. 하지만 그는 그 균열과 수치심을 전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네스는 아버지의 존재를 통해 잔뜩 무장한 공적 자아에서 오는 피로감을 점차 인식하게 되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생일에 즉흥적으로 옷을 벗어던지고 황당해하는 상사와 동료, 친구들을 맞이한다. 그를 꼭 안아주는 건 불가리아 털북숭이 탈인 쿠케리를 쓴 빈프리트다. 그렇게 각자의 영역에 서로를 들일 수 없던 아버지와 딸은 포옹한다. 제89회 오스카와 제74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잭 니콜슨 주연의 리메이크 작품이 제작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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