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역경의 극복’, ‘감동’이라는 코드를 매끈한 만듦새로 버무려 내기는 했지만 <블리드 포 디스>
2017-03-15
글 : 이예지

슬럼프를 맞은 복서 비니(마일스 텔러)는 한물간 코치 케빈(에런 에크하트)을 찾아간다. 케빈은 살이 붙은 비니에게 체중을 감량하는 대신 체급을 올려 주니어 미들급에 출전하라는 제안을 하고, 둘은 훈련에 돌입한다. 케빈을 믿고 도전한 비니는 WBA 챔피언을 KO시키며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다. 성공 가도를 달릴 일만 남았으나, 불운은 예고 없이 그를 덮친다. 교통사고를 당한 비니는 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고, 더이상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는다. 그러나 복싱을 하고 싶은 비니는 케빈과 함께 재활 훈련에 돌입하고, 약 3개월 뒤 링 위에 복귀해 로베르토 듀란과 맞붙는다.

역경과 절망의 극복, 승리의 서사를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예기치 못한 사고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나 ‘포기하는 게 제일 쉽다’는 근성과 열정, 코치의 격려로 기적적인 재기를 이루는 선수의 서사. 실화라는 무게감이 분명 있을 법하건만 영화는 너무 매끈하다. <위플래쉬>(2015)에서 재능은 있지만 어딘가 비뚤어진 드러머로서 괴팍하고 가학적인 스승을 만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광기를 발산했던 마일스 텔러는, <블리드 포 디스>에서는 열정과 근성으로 뭉친 성실한 복서가 되어 자신을 따듯하게 격려해주는 코치와 함께 말도 안 될 것 같은 재기를 모범 답안처럼 해낸다. 명언집에 등장할 것 같은 뻔한 대사가 남용되고, 걷지도 못할 거란 진단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링 위에 올라서기까지 실존적 고민은 생략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역경의 극복’, ‘감동’이라는 코드를 매끈한 만듦새로 버무려냈지만 어딘지 허전한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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