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성종은 정말 성군이었을까? <왕을 참하라>
2017-03-15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성종 10년, 승문원 관리 박윤창이 반역죄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를 잃고 목숨을 끊으려던 박윤창의 딸 선정(강연정)은 기방 몽화당의 행수 차향(박희진) 손에 목숨을 구하고 기녀 비설로 새 삶을 시작한다. 비설은 당대의 실력자 한명회(김학철)의 총애를 받으며 기녀로 이름을 날린다. 한편, 성종(강윤)은 훈구파를 견제하기 위해 그들이 드나드는 퇴폐 기방을 폐쇄할 계획을 세운다. 난데없이 몰아친 의금부 관리들에게 가족 같은 몽화당 사람들이 살해당하자 비설은 권력자들을 상대로 복수를 계획한다.

성종은 정말 성군이었을까. 성종이 지닌 이미지의 반전을 꾀하며 시작하는 영화가 막상 주목하는 인물은 어우동이다. 그는 양반 신분으로 노비 등과 관계를 맺고 불륜을 저질러 <성종실록>에 기록된 여성. 영화는 조선의 열악한 여성 인권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어우동을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남편을 따라 죽을 것을 권장하던 열녀 관습이다. 더불어 인수대비가 쓴 여성 교육서 <내훈>이 실은 여성들의 생활을 억압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음을 지적한다. 어우동을 제외한 주변 인물은 지나치게 단순화된다. 성종은 엄한 백성을 학살하고 색욕에 휩싸인 왕이며 한명회, 김격 같은 권세가들에게도 욕정만이 유일한 행동기제다. 당대의 정치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입체적 묘사는 부재하다. 영화는 어우동을 백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까지 확장시키려 하지만 정작 몽화당을 제외한 백성의 삶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맥락 없이 담긴 정사 장면이 영화의 메시지를 흐트러뜨리는 가운데 어우동 역을 맡은 강연정의 힘 있는 연기가 중심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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