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옛날 옛적, 강호에 깽값이 두려워 말로만 싸우는 자들이 있었으니 <만담강호>
2017-03-22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무림의 고수들이 쉬어가는 풍림객잔. 점룡혈객(정지혁) 일당과 화화공자(김창후)는 미모의 여성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다.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진다.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객잔 벽을 뚫고 날아든다. 쓰러진 남자의 품엔 무림 고수로 거듭나는 비결을 담은 책 한권이 안겨 있다. 이후 비책을 노리는 고수들이 차례로 객잔을 방문한다. 웃음이 그치는 순간 누군가는 죽어나갈 거라 경고하는 소소할배, 거문고 선율 하나로 상대의 귀에 피가나게 만드는 음공고수, 불공으로 다져진 소림사 주방장 등이 등장해 객잔 내 고수들과 대결을 벌인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웹애니메이션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다. 창작집단 오인용이 연재하던 동명의 플래시애니메이션을 모아 완성했다. “옛날 옛적, 강호에 깽값이 두려워 말로만 싸우는 자들이 있었으니…”라는 말로 시작하는 <만담강호>는 무협 장르에 기반을 두지만 정통 무술보다는 협객들의 만담과 슬랩스틱에 주목한다. 엽기적인 캐릭터, B급 유머, 대중문화 패러디 등 기존 웹애니메이션의 특징은 그대로다. 하지만 사회문제를 향하던 날선 풍자의 시선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설명충’, ‘선비질’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캐릭터나 사건들을 주로 패러디한다. 미인계를 활용하는 ‘강남성괴’ 5인조 캐릭터 등엔 혐오의 시선마저 느껴진다. 복고적인 감성은 환영 하지만 강한 시대성을 띠는 패러디로 승부하는 만큼 동시대에 맞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무협 장르와 웹애니메이션의 오랜 팬들에겐 반가운 귀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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