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라는 이름이 지닌 여유로움과 선량함, <프리즌>은 그 모든 것을 한번에 뒤엎는 영화다. 교도소의 왕 익호는 사자보다는 하이에나처럼 음습하고 무자비하며,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처럼 한톤 올라간 목소리로 가볍고 빠른 말투를 구사하면서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다. 약 37년의 연기생활 동안 조폭에 깡패들을 죄다 섭렵한 그지만, 이토록 익호가 반전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사진관 주인 정원과 <접속>(1997)의 라디오 PD 동현의 부드러운 말투와 인간적인 미소가 한석규의 근간을 이루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리라. 시한부 삶을 앞둔 정원과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이 몸에 밴 도시인 동현은 같은 온도를 지닌 사람이다.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질곡 앞에서 담담하게 그러나 애틋하게 누군가를 그리고 사랑하던 한석규. 1990년대의 그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그가 긴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끊임없이 살아 있고자 하는 연기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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