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인간이다 <아뉴스 데이>
2017-03-29
글 : 김수빈 (객원기자)

1945년 폴란드, 마틸드(루 드 라주)는 전장에서 부상당한 자국 군인들을 치료하는 프랑스인 의사다. 어느 날 한 폴란드인 수녀가 병원으로 다급하게 뛰어들어와 도움을 청한다. 그를 따라 도착한 수녀원엔 러시아 군인들에게 집단으로 강간당한 후 임신한 폴란드인 수녀들이 있다. 그날부로 마틸드는 비밀리에 병원과 수녀원을 오가며 수녀들을 돌본다. 자책감에 시달리던 수녀들도 마틸드의 진심 어린 위로에 마음을 연다. 하지만 원장 수녀(아가타 쿠레샤)만큼은 마틸드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다. 그는 수녀들의 비극을 은폐하는 데 몰두한다.

2차대전 기간 중 군인들에게 강간당한 채 방치돼 있던 수녀들을 치료하고, 수녀원의 회복과 재건을 위해 힘쓴 프랑스인 의사 마들렌 폴리악의 실화에 기반한다. 남의 손이 살짝 닫는 것도 죄악으로 여기는 수녀원에서 원치 않는 생명을 잉태한 수녀들은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해 끝없이 물음을 던진다. 구체적인 장면 묘사 없이 임신한 수녀들의 모습과 그들의 절망적인 모습만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한다. 신념도 이데올로기도 신분도 다르지만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인간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의사와 수녀가 서로의 삶에 스며들고 결국 구원하는 과정을 과장 없이 따라가며 관객 또한 충분히 교감하도록 돕는다. 다른 비극을 감싸안으며 새로운 희망에 도달하는 결말은 아름답고 풍요롭다. ‘아뉴스 데이’(Agnus Dei)는 ‘신의 어린양’이란 뜻이다. <마담 보바리> <투 마더스> <코코 샤넬> 등 소설 혹은 실화를 극으로 옮겨온 프랑스 출신 안느 퐁텐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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