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접경의 작은 마을. 로만(데인 드한)과 루시(타티아나 마슬라니)는 연인사이다. 로만은 폭력적인 아버지에 폭력으로 맞서고는 이곳에 숨어들었다. 반면 마을에서 나고 자란 루시는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의 환영이 떠도는 마을을 떠나고 싶다. 마침 루시는 남쪽 지역 대학에 합격하며 마을을 벗어날 기회를 얻는다. 유일한 기댈 곳이었던 루시가 떠난다는 생각에 로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술과 마약, 자살 충동에까지 시달리자 로만은 결국 이웃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들어간다. 루시는 모아둔 돈을 털어 로만이 있는 병원을 찾아온다.
과거의 참혹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의미를 되새기는 초반 갈등 신을 지나면, 이들이 멀리 병원에서부터 마을로 돌아오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이들은 추위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한 설원을 스노모빌 두대로 헤쳐간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돌아가는 법이 없고, 아픔을 상기시키는 공간은 통째로 불태워버리며 과거의 기억을 끊어내려고 한다. 험난한 눈길을 서로에게 의존해서 건너는 둘의 여정은 그 자체로 인생을 은유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곰은 로만 내면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로만은 곰이 건네는 내면의 약한 목소리들을 타이르고, 루시와의 대화를 통해 인생에 대한 결의 같은 것들을 다진다. 외딴집, 홀연히 등장하는 곰 등 설원은 스릴러의 무대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로맨스의 무대로는 낯선, 시리고 혹독한 북극 풍경은 도리어 로맨스와 드라마의 결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