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스 핸들링은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TIFF)의 집행위원장이자 토론토를 대표하는 문화센터 벨라이트 박스(TIFF Bell Lightbox) 대표다. 1994년 TIFF에 몸담은 그는 영화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한 일등공신이자 벨라이트 박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2010년 설립해 운영하는 토론토 문화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에서 주최한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건립과 운영 현황을 논의하는 워크숍 ‘영화의 미래를 위한 건축: TIFF Bell Lightbox’와 ‘프로그램의 재발명: 영화센터의 현황과 전망’ 참석차 지난 3월 15일 한국을 찾은 피어스 핸들링을 만나, 시네마테크의 중요성과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올해 TIFF 42주년이다. 1994년부터 프로그램 위원장, 예술위원장을 거쳐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30년 이상을 영화제와 함께했다.
=그러고보니 초반부터 함께했다. 처음 참여했을 때만 해도 작고 새로운 신생 영화제였다. 하지만 TIFF는 흥미로운 모델이 될 만한 영화제다. 비경쟁영화제라는 점도 우리 영화제만의 독특함이다. TIFF는 평론가 위주의 심사평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영화제의 권위주의를 깨고자 ‘관객상’을 수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왕가위, 오우삼, 프루트 챈, 에드워드 양 등 아시아 지역의 걸출한 감독들을 발굴해 전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얘기한 대로 아시아 감독들의 작품이 북미 지역에 소개되는 통로로 TIFF의 영향력이 크다.
=TIFF는 북미 지역 평론가들이 주목하는 영화제다. 그들이 아시아영화를 보고 접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마켓으로도 무척 중요하다. 북미 지역 바이어들은 모두 이곳에 온다. 그들은 유럽에 잘 안 간다. (웃음) 유럽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바이어들이 TIFF를 중요한 페스티벌로 꼽는 이유다. 뉴코리안 시네마로 일컬어지는 홍상수, 박찬욱, 이창동 모두 TIFF를 통해 소개되었다.
-영화제 전용관이자 토론토를 대표하는 문화센터로 역할하는 벨라이트 박스가 2010년 설립되었고 이제 7년이 됐다. 설립과 운영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곳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어릴 적 영국의 브리티시 필름 인스티튜트(BFI) 같은 곳을 보면서 늘 부러웠다. 또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프렌치 뉴웨이브가 발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곳이다. ‘미국도 뉴욕과 LA에 시네마테크가 있는데 여기라고 없을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캐나다에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아톰 에고이얀, 클레멘트 비고스 같은 재능 있는 감독들이 있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관객이 함께 모두 영화를 생각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최근 영화뿐만 아니라 고전을 총망라해서 말이다. 주류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찾은 창의적인 모든 영화들이 이곳에서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건립과 관련해 논의하는 워크숍에 초청인사로 참여하고 있다. 조언이 있다면.
=이번에 많은 한국 영화인들과 만나 이 부분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확실한 건 이런 일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항상 싸워야 한다. 전쟁이다. 우리 역시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20% 정도로 한국보다 더 적다. 나머지는 티켓 수입과 무수히 많은 브랜드 후원사들을 통해 예산을 마련한다. 아마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모두 어렵고, 문화에 대한 인식이 ‘어리다’ . 캐나다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각자 우리만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건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다. 관객과 필름메이커, 정부와 소통하고 피드백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해야 한다. 그들 모두 결국 이곳을 사용할 이들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