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LA] <미녀와 야수>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등에서 은밀히 드러난 게이 캐릭터들
2017-04-0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3월 넷쨋주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는 <미녀와 야수>가 2주차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개봉한 신작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소리소문 없이 4050만달러의 개봉 수입을 기록했다. 이렇게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사이좋게 나눠가진 두 영화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할리우드 게이 모먼트’(Hollywood Gay Moments)로 화제가 됐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게이 모먼트’는 공개적으로 게이라고 설명되지 않은 캐릭터의 미묘한 순간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미녀와 야수> 속 르 푸(조시 개드)가 윙크하거나 남자와 춤추는 장면 등이 그렇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을 근거로 르 푸는 개봉 전부터 게이 캐릭터로 화제가 됐다. 뒤늦게 감독인 빌 콘돈이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저 재미를 위한 장면들이었고 확대해석된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러시아는 <미녀와 야수>의 러시아 내 상영등급을 ‘16세 관람가’로 지정했고, 미국 앨라배마의 한 극장체인은 영화의 상영을 거부하기도 했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의 트리니(베키 G.) 캐릭터도 누군가가 짓궂게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데, 이 장면을 근거로 사람들은 트리니를 게이로 추정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을 두고 “최초의 퀴어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소개했다. 미묘한 장면들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NBC>는 이런 장면들을 연출해 입소문을 얻는 것이 “할리우드의 최신 유행”이라고 비꼬았고, 영화평론가 앨리슨 윌모어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한편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단체인 GLAAD의 대표 세라 케이트 엘리스는,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들은 어린 관객이 많이 보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공정하고 당당하게 할리우드가 게이 캐릭터를 드러낼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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