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폴루닌은 천재로 태어나 천재로 자랐다. 19살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에 발탁된 청년은 당장 ‘발레리노’의 칭호를 받아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밝게 빛났다. 하지만 영혼의 속도를 앞서간 재능은 그를 공허하게 만들었고, 세상 모든 무용수가 꿈꾸는 자리를 2년 만에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도록 몰고 갔다. 이후 잦은 일탈과 파격적인 행보로 발레계의 반항아, 발레계의 제임스 딘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별명은 따로 있다. <댄서>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짐승’ 세르게이 폴루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댄서>라는 제목 그대로 오직 세르게이 폴루닌을 위한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발레라는 형식조차 가두지 못할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오직 춤뿐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스티븐 캔터 감독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카메라는 세르게이 폴루닌의 과거, 현재,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춤을 성실히 모아나간다. 여기에는 세르게이 폴루닌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에 관한 자료를 빼곡히 모아둔 어머니의 공이 크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그녀의 기록에 빚지고 있으며 세르게이 폴루닌의 인간적인 면모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핵심은 세르게이 폴루닌의 육체를 빌려 태어나는 그의 춤이다. 재능이라는 몇 마디 단어에 담을 수 없는 우아한 도약, 그 아름다운 육체는 시간을 멈춘 듯 허공을 장악한다. 영화적 완성도와 무관하게 그것만으로도 80여분의 상영시간을 충분히 보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