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에이리언: 커버넌트> 캐서린 워터스턴
2017-04-14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5월 9일 국내 개봉예정인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트레일러를 보고 환호한 팬들이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지난 2016년 말 이십세기폭스사가 뉴욕 링컨 센터에서 20여분의 푸티지를 상영한 후, 수많은 기자들 역시 조금 더 볼 수 없다는 서운함과 완성된 영화를 보게 될 기대감에 환호했다. 20여가량의 푸티지에는 어느 미스터리한 행성에 이주민들을 싣고 도착한 우주선 커버넌트 호가 등장한다. 신세계에 도착한 이들의 대부분은 행성에 정착하기 위해 온 민간인들. 이들은 극저온 수면을 취하고 있다. 파일럿을 비롯한 소수의 팀원들은 소형 우주선을 타고 먼저 행성에 착륙한다. 하지만 팀원 중 한명이 곧 고통을 호소하고, 그가 우주선에 옮겨진 뒤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된다. 푸티지 상영 다음날 리들리 스콧의 세계로 처음 진입한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주연배우 캐서린 워터스턴을 만날 수 있었다. “원래 무서운 영화를 전혀 못보는 데다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푸티지를 처음 봤기에 두배로 긴장되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으로 그녀와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신비한 동물사전>(2016) 후 곧바로 합류했는데,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나.

=작품에 출연한 뒤 보통 그 캐릭터를 떠나보내기 위한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신비한 동물사전>의 경우 그렇지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시 만날 캐릭터이기 때문에 안심됐다고나 할까. 배우들이 역할을 선택한다고 아는데, 사실은 배역이 배우를 선택한다는 편이 맞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덕분에 배우로서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어 스릴 있었다.

-영화 속 대니얼스는 어떤 인물인가.

=그런 질문이 있지 않나? ‘무섭지만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당신은 책상 밑에 숨을까,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을 향해 나갈까?’ 대니얼스를 보면 영화 초반에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결단력 있게 행동한다. 그녀의 내면에 그런 잠재력이 있는 거다. 물론 개인적으로 내가 직접 에일리언에게 공격을 당한 적은 없어서(폭소), 그런 순간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는 모른다. 그녀의 절반 정도라도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극중 행성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대니얼스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더라.

=우주선 팀원들은 특수부대원이 아니다. 이주민이거나 과학자, 민간인이며, 이들을 보호해줄 군인들이 따로 없다. 우주선에는 극저온 수면을 취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극한 상황에 처할 때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 비겁할지, 용감할지. 내가 연기한 대니얼스는 후자에 속한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면 차를 들어올리는 괴력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즐거움 그 자체였다. 특히 빌리 크루덥과는 15살 때부터 알고 지냈고, 개인적으로 대니 맥브라이드의 굉장한 팬이다. 파일럿을 맡은 에이미 세이메츠 역시 좋아했다. 이번 현장에는 오랫동안 알던 배우들과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떨 때는 팬이었던 스타를 만났는데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웃음) 속상한 점은 극중에서 많은 캐릭터들이 죽임을 당해서 집에 가야 한다는 거였다. (웃음) 마이클 파스빈더도 함께 작업했었고. 정말 섬세하고, 현명한 배우다. 그의 모든 에너지는 스크린 속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어떤 면에서는 리들리와 비슷하다. 굉장히 솔직하고, 늘 준비가 되어 있으며, 용감하다. 본인의 지식이나 경험을 자랑하지 않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우린 세계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이다. 물론 그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과시하기를 좋아하거든. 마치 생명을 구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캐서린 워터스턴.

-리들리 스콧은 오래전부터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여왔다. 대니얼스 역시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영화계에서 강인한 여성이라는 말을 자주 쓰기 시작한 것이 아마 10여년 전인 것 같다. 처음에 들었을 때 도대체 무슨 뜻이지 싶었다. 기존 여성상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여성이 약하게 묘사돼서일까? 아니다. 여성이 표현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인한 여성이란 말은- 내 생각에는- ‘리얼 우먼’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실제 여성들이 보고 공감하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캐릭터를 말하는 걸까? 말 그대로 힘이 센 여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여자다. 남자와 동일한 여자. 어떤 경우에는 스마트하고 때로는 바보 같기도 하며, 두려움도 느끼지만 상황에 따라선 용감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리들리는 그런 여성 캐릭터를 오랫동안 보여줬다. 특별하지 않지만 입체적인 캐릭터다. 첫 번째 <에이리언>에서 리플리 외에도 여성 캐릭터가 있었지만 그들이 단순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리들리가 여성을 실제 인물처럼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단순한 컨셉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드문 경우다.

-그 때문에 이 역할을 택한 건가.

=맞다. 근래 훌륭한 여성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어서 영화계가 많이 진전되고 있다고 하지만 리들리는 이미 오랫동안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나도 리들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세상에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꼭 로켓 과학자여야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리들리 스콧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

=처음 만났을 때 리들리가 <인히어런트 바이스>(2014)에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나왔냐고 묻더라. 호아킨을 좋아하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며 나 역시 좋은 배우라는 얘기를 해줬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배우들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생각해요. 나도 따로 할 일이 많으니까. 당신도 뭘 해야 할지 알아서 나한테 보여줬으면 해요. 이의가 있으면 뭐라 얘기해주겠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당신은 좋은 연기자니까.” 그러면서 자기는 좀 빠르게 촬영하니까 준비를 하고 와달라고 말하더라. 그게 전부였다. 어떤 캐릭터인지, 여기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리들리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의 표현이 모자랐다면 그가 이야기해줄거라 믿었다.

-대니얼스의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다. 리플리를 떠올리게 하더라. 감독과 상의한 결정이었나.

=미리 상의하진 않았다. 특히 헤어스타일은 내 아이디어였다. <신비한 동물사전>을 촬영할 때 에즈라 밀러와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극중 그의 헤어컷이 너무 재미있고 마음에 들었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 <신비한 동물사전>을 추가 촬영하고 있었는데, 분장을 받고 있을 때 구석에 걸려 있던 에즈라의 가발을 보고 한번 써봤다. 리들리에게 그 가발을 쓴 모습을 보여줬더니, 좋아하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에즈라 밀러 캐릭터를 훔친 거다. (웃음) 그리고 <에이리언>(1979)에서 리플리의 긴 곱슬머리도 대단했잖나.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대니얼스와 <에이리언>의 리플리를 비교한다면.

=둘 다 키가 크다. (폭소) 내가 배우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처음으로 맡은 것은 뉴욕의 플리시어터에서 공연된 작품 때문이었다. 시고니 위버의 남편이 그 극장의 운영자였다. 그 역할이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이유는 캐서린 워터스턴이라는 무명배우에게 처음으로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5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소극장이었기 때문에 통틀어 800명 정도 관람했을 거다. 아니, 500명 정도일 거다. 하루는 시고니가 관람을 하러 왔는데, “열심히 잘했다”는 말을 해줬다. “너는 최고의 배우야”, “엄청난 능력을 가졌어”라고 격찬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멈추지 마. 포기하면 안 돼”라는 말로 들렸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니라, 처음으로 존경하는 배우에게 들은 말이기 때문에 무척 큰 힘이 됐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 물론 시고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에겐 의미가 컸다. 그녀의 말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기자들이 자주 두 캐릭터를 비교해 달라고 질문하지만 촬영할 때 내가 정말 그런 생각을 했다면 끝까지 연기하지 못했을 거다. (웃음) 4개월 동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근래에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나보다 더 많이 이 작품에 대해 알고 고민한 이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고 판단했고, 난 그중 일부가 됐을 뿐이다. 내가 혼자서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킬 때가 왔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니까. (폭소) 앙상블 캐스팅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중압감은 덜했다.

-대니얼스는 리플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까.

=내가 그 내용을 알고 있다면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고. 다른 관계자들이 알고 있다 해도 나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을 거다. (폭소) 너무 비밀스럽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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