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도적을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무리)라고 합니다.” 소신 판결을 하던 판사 이동준(이상윤)은 자신을 회유하려는 거대 로펌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의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법비 최일환은 동준의 판사 재임용 탈락을 사주하고 그를 태백의 변호사로 끌어들인다. SBS <귓속말> 1회.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는 긴 복도를 병마용갱처럼 꾸며놓고, 방문객을 들이기 전 시계나 휴대폰 등을 풀게 하는 보안절차로 위세를 자랑하던 최일환의 악취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멸을 꿈꾸던 중국 황제의 무덤을 모사한 집무실에 들어앉아 대대손손 노비였던 아버지의 낡은 사진을 품고 있는 늙은 권력자의 콤플렉스에 골몰하다 피식 웃으며 놓여난 것은 4회에 등장한 자장면 덕분이었다. 태백이 배후에 있는 방산비리를 추적하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신영주(이보영)가 들렀던 중국집. 그녀 앞에 놓인 자장면 그릇에 찍힌 ‘정통 중화요리 성원각’은 박경수 작가의 전작 <펀치>에 자주 나왔던 검찰청 근처의 배달 중국집 이름이다. 검사 박정환(김래원)과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사이의 신경전을 보여주는 소도구로 여러 번 등장했던 ‘성원각’과 ‘북경반점’ 자장면을 기억한다면, 자연히 찾게 될 것이다. ‘그럼 북경반점도 나오나?’ 4회 후반부. 최일환의 방으로 향하는 복도를 1회처럼 다시 보여주는 장면의 병마용 모형과 보안 데스크는 더이상 전처럼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고가의 중국집에서 자주 보았던 인테리어였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여기가 북경반점인 셈이다. 거대 로펌이니까, 직접 배달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