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결국 사랑만이 기댈 곳 <나의 사랑, 그리스>
2017-04-19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심각한 경제 위기와 난민 문제, 극우파들의 테러로 몸살을 앓는 2015년 그리스. 세명의 그리스인과 저마다의 이유로 그리스에 온 이방인들의 사랑을 담았다.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대학생 다프네(니키 바칼리)와 시리아 출신 난민 파리스(타우픽 바롬)의 사연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치한에게 납치된 다프네는 파리스의 헌신적인 구조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후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다프네는 초라한 행색의 파리스를 외면하지만, 그의 따뜻한 관심에 마음을 연다. 다음으로 우울증 약을 달고 사는 남자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와 출장차 그리스에 온 스웨덴 여자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트)의 사연이 이어진다. 바에서 만나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둘은 직장에서 재회한다. 마지막은 중년 주부 마리아(마리아 카보이아니)와 독일 출신 교수 세바스찬(J. K. 시먼스)의 이야기다. 마트에서 알게 된 둘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만나 서로의 일상을 나눈다.

신화가 탄생한 곳, 남유럽의 휴양지로 인식되던 그리스는 어느새 그렉시트, 난민캠프 같은 단어로 더 익숙한 나라가 됐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생활고와 각종 테러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리스인들의 전쟁 같은 현실을 배경으로 결국 사랑만이 기댈 곳임을 강조한다. 인종, 계층, 국적, 이데올로기 등 온갖 굴레에 매인 연인들을 위해, 영화는 난관을 이겨내고 영원한 사랑에 당도한 에로스와 프시케의 신화를 조언처럼 제시한다. 에피소드마다 화면에 등장하는 촛불 행렬 또한 그리스의 현실을 보듬으려는 위로의 기운을 담고 있다. 감각적인 편집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