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자들의 섬으로 알려진 소록도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상처가 있는 장소다. 외부인들은 한센병 환자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고, 정부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은 섬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정성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 온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있었다. 20대 후반에 한국에 도착해 무려 43년간 소록도에서 간호사로 지낸 두 사람은 주민들에게 ‘할매’라 불리며 많은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2005년의 어느 날,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아무 말 없이 편지만 한장 남긴 채 고국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두 사람에게 애틋한 기억을 갖고 있는 소록도 주민들과 오스트리아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청해 듣는다.
소록도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다큐멘터리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라는 특별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자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진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짧은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제 노인이 된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현재 모습이다. 한국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는 걸 겸손하게 거절한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짧은 이야기만을 들려준다. 그러나 그 순간 이들이 짓는 표정과 짧게 드러나는 어떤 눈빛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남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역설이 관객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