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아빠는 딸>
2017-04-19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아빠의 잔소리가 지겨운 사춘기 고등학생 도연(정소민). 재고처리팀의 만년 과장 상태(윤제문)는 자신과 말도 섞기 싫어하는 딸이 서운하기만 하다. 불만이 쌓여가던 부녀는 시골에 내려갔다가 크게 말다툼을 벌인다. “네가 내 인생을 살아보면 그런 말 못해.” “아빠야말로 내 인생을 살아봐야 해요.” 그들이 언성을 높이던 곳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천년 묵은 은행나무 앞. 나무에 걸린 저주로 둘은 하루아침에 몸이 뒤바뀐다. 전설에 의하면 효력은 일주일간 지속된다. 도연은 마침 좋아하던 선배와 잘돼가고 있던 참이고 상태는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부녀는 서로에게 중요한 일주일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분투한다.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소설이자 드라마로도 제작된 <아빠와 나의 7일간>이 원작이다. 영화에서 부녀가 겪는 갈등은 특별할 것이 없다. 살갑던 딸아이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춘기 고등학생이 됐고, 섬세하던 아빠 역시 자기 생각만 강요하는 중년의 아저씨가 됐다. 부녀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줄 생각이 없다. 이런 보편적인 사연 덕에 관객이 영화에 이입할 여지는 늘어났지만 그만큼 따라오는 부수적인 이야기들은 밋밋해졌다. 타인의 신체로 살아보며 그 입장을 이해한다는 ‘보디 체인지’물 자체가 이미 구태의연한 소재다. 주변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충돌을 겪고,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예측 가능한 코미디들로 채워져 있다. 두 세계에 대한 묘사가 단순화된 것도 아쉽다. 10대 여고생은 마냥 발랄하게, 40대 남자는 마냥 ‘아재’스럽게 그려내 캐릭터로부터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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