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더라도 개표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더 플랜>은 지난 2012년 대선 개표 과정에서 나온 ‘어떤’ 숫자의 비밀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당시 전자개표기를 통해 개표한 표 중에서 무효표를 포함한 미분류표(전자개표기가 인식하지 못한 표로 무효표와 유효표 모두 포함되어 있다)가 1.5:1 비율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보다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5:1(박근혜:문재인)은 전국 개표소 251개에서 나온 일정한 패턴의 숫자다. 영화는 이 전자개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해외 통계 전문가와 컴퓨터 해킹 전문가를 만나 1.5:1이 어떤 원리에서 나온 숫자인지,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입증하려고 한다.
<더 플랜>은 지난 대선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아니다. ‘숫자’ 전문가를 통해 도출된 숫자 1.5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지난 대선에서 사용된 전자개표기와 같은 종류의 기계를 입수해 개표 조작을 시뮬레이션한다. 이 과정은 웬만한 스릴러영화보다 긴장감이 넘치는데 전자개표기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매우 충격적이고, 허탈하다. 전자개표기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보다 무서운 건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개표 과정을 감시해도 조작 과정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개표 결과를 신뢰하되 재확인해야 하는 이유이자 우리가 대선을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금, 이 다큐멘터리를 봐야 하는 이유다. 아이돌 성장 다큐멘터리 <I AM.>(2012)과 장편 극영화 <소녀>(2013)를 만든 최진성 감독의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