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가리베가스>(2005)의 김선민 감독이 암으로 지난 4월 18일 세상을 떴다.
향년 44살. 서울예술대학교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가리베가스>는 일터를 잃고 가리봉동을 떠나게 된 여성 노동자의 하루를 그린 작품으로, 제4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작품상, 제4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가리베가스> 이전에 만든 단편 <돌아보면>(2001), <달팽이의 꿈>(2003)에서도 가리봉동 쪽방촌 아이들과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연출부로 일했으며, 구로 지역에서 시민활동도 꾸준히 이어갔다. <밀양>의 이한나 프로듀서와는 최근까지 장편영화를 함께 준비했다. 이한나 프로듀서는 김선민 감독을 “책임감이 강한 동료”로 기억했다. 장편영화를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일찍 눈을 감았지만, 김선민 감독이 만들고자 했을 영화를 다음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특집으로 <씨네21>과 만났을 당시 김선민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게는 뭔가를 바꾸고 싶다, 뭔가가 되고 싶다는 낙천적인 지향이 있는 것 같아요. 리얼리즘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