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있게 다가올 영화 <나는 부정한다>
2017-04-26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1994년 미국,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바이스)는 홀로코스트 부인론을 반박하는 강연을 하고 있다. 그 강연장에 홀로코스트 부인론자 데이비드 어빙(티모시 스폴)이 뛰어들어와 홀로코스트의 증거를 가져와 보라며 소리를 지른다. 얼마 뒤 데이비드는 데보라가 책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건다. 소송이 진행되는 나라인 영국은 미국과 달리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므로, 데보라는 자신이 명예훼손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데보라와 그녀의 변호인단은 데이비드가 역사적 사실을 날조한 반유대주의자임을 증명하기로 결심한다. 법정에서 데이비드는 아우슈비츠의 참상에 대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음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데보라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데이비드와의 싸움을 진행한다.

영화는 소송의 배경과 인물의 감정, 법정 공방까지 모두 고르게 보여주며 균형을 잡으면서도, 힘겨운 재판을 계속하는 데보라의 모습에 주목한다. 그녀는 역사적 비극의 현장에서 정보를 찾고, 추모의 대상에게 현미경을 들이대는 고통을 견딘다. 가장 괴로운 부분은 아마도 데이비드를 대면하는 과정일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자를 우리는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그에 대한 영화적 해답을 찾듯 데이비드의 자극적인 주장은 일기, 녹화 영상 등으로 한 차례 걸러져 관객에게 전달된다. 영리한 선택이다. 다만 잠시 스치는 재현 장면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있게 다가올 영화다. 실제 재판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보디가드>(1992), <볼케이노>(1997)의 믹 잭슨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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