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광부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 <런던 프라이드>
2017-04-26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마거릿 대처의 광산 폐쇄 정책에 대항하는 광부들의 파업 소식이 TV를 통해 영국 전역에 보도된다. 이 소식을 접한 마크(벤 슈네처)는 레즈비언·게이 퍼레이드에서 광부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모금 활동을 우발적으로 벌인다. 마크는 본격적으로 ‘광부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Lesbians and Gays Support the Miners)이라는 의미의 LGSM을 조직해 친구들을 모으지만, 극소수만이 합류한다. LGSM 멤버들은 모금액 전달을 위해 웨일스 광산 노조에 연락을 취한다. 웨일스의 광부 다이(패디 콘시딘)가 이에 응답한다. LGSM의 L이 런던의 약자라고 착각했던 다이는 당황하지만, 곧 마음을 열고 게이클럽의 연단에 서서 파업을 지지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편 웨일스 광산 노조는 LGSM의 모금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들을 후원자 파티에 초대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1984년 영국 광산 노조 파업 투쟁 실화에 바탕한 영화는 결과적으로는 석유에 밀린 석탄의 실패로 기록된 투쟁에서 유의미한 동맹을 되살린다. 영화는 두 세력이 화합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춤과 노래의 힘을 조명하며, 연대의 다양한 측면을 짚어간다. 중년층 이상의 웨일스 광산 노조 위원회 멤버들과 LGSM의 청년들이 교류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성 정체성의 차이뿐만 아니라 세대, 문화, 지역 등 다양한 차이를 뛰어넘는 과정이 엮인다. 서로의 연대자가 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면서도 개별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조직원간의 차이도 조화롭게 담아낸다. 빌 나이, 이멜다 스탠턴 등 관록의 배우들과 벤 슈네처, 조지 매케이 등 젊은 배우들의 에너제틱한 만남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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