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8년차 주부’가 보여주는 비범한 추리.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주인공 유설옥(최강희)이 마치 뭐에 홀린 듯, 진실에 다가가는 짜릿함으로 충만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 열기에 동화되는 나도 추리하는 이의 지성을 조금이나마 나눠 갖는 착각에 빠진다. 설옥 덕분에 추리 장르에서 얻는 쾌락을 곱씹다보니, 내 머리를 쓰며 동참하는 즐거움과 월등히 뛰어난 주인공에게 업혀가는 안락함 둘 다 충족되는 드라마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천재적이어야 하는 주인공의 딜레마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소소한 일상 사건을 통해 구축한 개성과 디테일이 드라마 후반부의 거대한 음모와 강렬한 감정 따위에 휩쓸리면서 애초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16부작 미니시리즈 추리물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리의 여왕>은 시작부터 설옥의 일상 추리와 마약이나 살인 등의 강력범죄 사건을 세트로 잇는 구성을 취한다.
예를 들어보자. 대형마트에서 계란 타임세일 방송을 시작하기 전, 점원들의 동선을 관찰하고 어느 장소에 판매대가 놓일지 추론하는 모습은 설옥이 가진 연장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어지는 살인사건에서 설옥은 이 연장을 이용해 용의자가 진술한 동선의 알리바이를 깬다. 조립과 분해가 한 세트, 연장은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난다. 연장을 쥔 설옥은 이를테면, 나사가 박힌 자리를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하지만 설옥이 무엇을 보는지는 안다. 무언가에 강하게 몰입해 기쁨을 느끼는 설옥의 생기 넘치는 얼굴에 선망을 겹치고, TV 앞으로 바짝 당겨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