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흔들림 없는 의지와 용기 <언노운 걸>
2017-05-03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제니(아델 에넬)는 작은 병원에서 정성껏 환자를 돌보는 의사다. 그녀는 동료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 두텁다. 그런데 어느 늦은 밤, 누군가가 병원의 초인종을 누른다. 벨은 단 한번 울렸을 뿐이고, 제니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굳이 밖으로 나가보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날, 제니는 벨을 눌렀던 여성이 근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커다란 죄책감을 느낀 제니는 사망한 여성이 어떤 사람이고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려 한다.

다르덴 형제의 신작 <언노운 걸>은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폭력에 대한 묘사가 특히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다르덴 형제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양심과 윤리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이 과정에서 폭력은 중요한 화두였지만 영화에 직접적으로 그려진 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언노운 걸>은 폭력이 발생하는 순간을 정면으로 포착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연출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름 모를 소녀에게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려 하는 제니는 그녀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여러 번 모욕을 당하고 심지어 구타까지 당한다. 하지만 제니는 절대 이들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은 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끝까지 해 나간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죽음이지만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기까지 하는 제니의 이 흔들림 없는 의지와 용기가 결국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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