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평생 널 따라다닐 거야. 네가 어디를 가든 장애는 너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가 될 거라고.” 프랑스의 유명한 슬램 아티스트 파비앙 마소가 연출한 장편 코미디 <페이션츠> 속 대사다. 일명 ‘그랑코르말라드’(프랑스어로 ‘큰 아픈 몸’이라는 뜻)로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마소는 20살 때 물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수영장에서 부주의하게 다이빙을 했다가 사지마비를 판정받았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장애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마소는 자신의 경험을 자서전으로 출간해 일반인이 장애인에게 가진 편협한 시각을 꼬집었다. 곧이어 그는 이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각색, 자신의 음악 클립을 꾸준히 연출해온 절친 메디이디르 감독과 함께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페이션츠>의 주인공 벤(파블로 폴리)은 마소 본인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프로 농구선수의 꿈을 꾸던 벤은 다이빙 사고 후, 사지마비 환자의 신세가 되어 깨어난다. 재활센터에서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보낸 벤은, 장애인으로서 생각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사회로 돌아온다. 줄거리만 보자면 상당히 심각한 드라마 같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연신 폭소를 터트린다. 마소는 “내가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유머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지어낸 것이 아니라 (내가 지냈던) 재활센터에 존재하던 분위기를 스크린에 옮긴 것뿐이다. 삶이 조금은 힘들고 복잡한 곳에도 유머는 존재한다”라며, 눈물과 동정을 자아낼 수 있는 주제를 코미디장르로 가볍게 소화해낸다. <페이션츠>는 흥행배우도, 특수효과도, 현란한 액션장면도 없이, 500만유로라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예산을 투입(참고로 프랑스영화의 평균 예산은 440만유로다)해서 지난 3월 1일 개봉 후 두달 동안 120만 관객을 꾸준히 맞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동시에 대선으로 떠들썩한 2017년 5월,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