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검을 뽑는 자가 진정한 왕이 될 것이다 <킹 아서: 제왕의 검>
2017-05-17
글 : 송경원

마법사와 인간이 공존하던 시대, 우서(에릭 바나)의 동생 보티건(주드 로)은 어둠의 마법사 모드레드와 결탁해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다.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진 우서의 아들 아서(찰리 허냄)는 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창가의 포주로 성장한다. 강대한 마법의 힘을 자신에게 부여해줄 탑을 건설 중인 보티건은 공포로 백성들을 지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성 인근 바다밑에 잠겼던 우서의 검 엑스칼리버가 모습을 드러내고 백성들 사이에서는 검을 뽑는 자가 진정한 왕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미리 싹을 제거하려는 보티건은 모든 남자들에게 검을 뽑도록 명령하고 영문도 모른 채 검을 뽑은 아서는 보티건에게 붙들린다. 위기에 빠진 아서를 구출하기 위해 멀린의 제자인 마법사 기네비어(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와 기사들이 전면에 나서고, 검의 힘을 거부하던 아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점차 받아들인다.

아서왕의 전설은 이미 수차례 영화화된 고전 중의 고전이다. 가이 리치 감독은 마법과 중세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워 감각적으로 재해석한다. 빠른 호흡과 정신없이 이야기를 축약하는 편집, 스타일리시한 화면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마법의 검 엑스칼리버를 중심으로 한 액션 장면은 근래의 슈퍼히어로영화들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차용한다. 요컨대 아서왕의 핵심 서사를 가져와 가이 리치식으로 연출한 일종의 슈퍼히어로물의 변주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힘을 부정하다 결국은 받아들이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패턴은 정확히 슈퍼히어로의 패턴을 따른다. 다만 배경이 마법과 아서왕 이야기일 따름이다. 특별한 시도는 없지만 캐릭터와 상황을 극단적으로 축약하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가이 리치의 속도감은 곳곳에서 매력을 발한다. 초반 2, 3분 만에 담아내는 아서의 성장담은 만화책의 재밌는 부분을 보기 위해 지루한 부분은 휘리릭 넘겨보는 기분이다. 다만 아서왕 이야기도, 화려한 마법과 엑스칼리버의 위용도, 빠르고 감각적인 편집도 이미 봤던 것들의 조합을 벗어나진 않는다. 눈은 즐겁고 머리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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