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내 아내에게 새로운 남편을 찾아주는 게 정말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2017-05-17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내 아내에게 새로운 남편을 찾아주는 게 정말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올해 45살의 중견 방송작가 슈지(오다 유지)는 아내 아야코(요시다 유우),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슈지는 갑작스럽게 췌장암 4기 진단을 받는다. 수술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말에 슈지는 치료 대신 남은 생을 차분히 정리하기로 한다. 이때 슈지가 가장 먼저 떠올린 일은 자신이 죽은 후 혼자 남을 아내에게 새로운 남편을 찾아주는 일이다. 또한 슈지는 아내에게 자신의 병을 숨긴 채 ‘비밀리에’ 이혼할 수 있는 계획까지 차근차근 세운다.

TV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2006) 등을 연출했던 미야케 요시시게 감독의 신작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는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로서 2015년에는 6부작 TV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파격적인 설정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이 만들어졌지만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는 남편이 아내의 재혼 상대를 직접 찾아나선다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을 내세운다. 영화는 남편의 이런 선택을 가족을 향한 지극한 사랑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며 숭고한 희생의 서사를 전달하려 한다.

하지만 영화가 유도하는 대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다. 특히 타인의 감정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만족에만 몰입하는 주인공 슈지의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지적하고 싶다. 슈지는 배우자의 감정이나 주체적인 선택은 전혀 존중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며 여러 차례 아내에게 상처를 입힌다. 아내에게 자신의 병을 끝까지 숨기는 건 물론 이혼을 하기 위해 일부러 아내를 화나게 만드는 식이다. 비록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조차 사랑으로 감싸주지만 이런 상황들은 슈지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오히려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이처럼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감정이입을 할 수 없으니 영화가 주입하는 감동을 받아들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흥미로운 설정을 뒷받침할 탄탄한 이야기가 없어 큰 안타까움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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