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카스트제도의 악습이 남아 있던 시절의 인도 <마운틴맨>
2017-05-17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차별법은 폐지되었지만 카스트제도의 악습이 남아 있던 시절의 인도다. 북동부 오지마을 게흘로르엔 병원도 학교도 없다. 거대한 바위산에 가로막혀 가까운 도시로 나가려면 60km나 돌아가야 한다. ‘무사하르’(쥐를 잡아먹고 살았다는 농노계급)라 불리던 불가촉천민 출신 만지(나와주딘 시디퀴)는 가난하지만 어여쁜 아내와 살뜰한 삶을 이어간다. 어느 날 돌산에서 낙마한 아내가 늦게 병원으로 이동되어 사망하자 만지는 자신의 앞에 선 돌산을 저주하기 시작한다. 미친 순례자처럼 돌산에 길을 내기 위해 바위를 깨뜨려온 세월이 22년. 사람들은 오기라고 했지만 만지에겐 운명을 극복하는 집념이었다.

인도영화 <마운틴맨>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인도 북부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전반부는 젊은 만지가 파구니아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가 흔쾌한 발리우드 스타일로 전개된다. 아내 파구니아를 잃고 분노한 만지가 망치를 들고 산에 본격적으로 오르게 되는 후반부는 만지의 외곬 인생에 인도의 근대사를 버무린 리얼리즘영화에 가까워진다. 만지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의 인생은 정치적 격변에 휘둘린다. 법과 관습의 충돌, 지주와 관료의 전횡, 계엄령 선포, 극단주의자의 충돌 등의 사건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나아가 영화는 침묵하는 자연에 맞선 한 금욕주의자의 고행담에도 가까워 보인다. 실제 영화는 싯다르타가 고행했던 지역의 돌산에서 촬영됐다. 산은 만지에게 거대한 불가능, 운명의 완고함, 절대적 맞수이자 유일한 친구였다. 돌산에 길을 낸다는 것, 그것은 만지에게 마음의 타지마할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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