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마차 타고 고래고래>
2017-05-17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결혼을 계기로 뮤지션의 꿈을 접기로 한 민우(한지상)는 마지막으로 밴드 경연에 나간다. 대회 참가를 위해 고등학교 시절 함께 활동하던 밴드 ‘1번 국도’의 멤버들이 뭉친다. 이들의 도전이 특별한 건 민우의 결혼식이 열린 전남 목포부터 대회가 열리는 경기도 가평 자라섬까지, 한달간 도보로 횡단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네명의 밴드 멤버에다 병태가 키우는 당나귀 짱아, 이들의 여정을 기록하는 제작사 PD 혜경(박효주)도 여정에 합류한다. 여행과 공연에만 빠져들고 싶은 바람과 달리 현실의 문제들은 자꾸만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로코 파팔레오 감독의 2010년작 <이탈리아 횡단밴드>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공연과 여행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컨셉의 로드무비지만 <마차 타고 고래고래>는 그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네명의 오래 묵은 사연과 성격 차에서 오는 갈등이고, 음악은 드문드문 등장하는 버스킹 공연에서만 반짝인다. 여행 동안 벌어진 일과 그간의 사유를 모티브 삼아 음악을 만들고, 손에서 악기를 놓지 않는 주인공 덕에 음악과 영화가 착 달라붙어 있는 듯한 원작과는 다른 인상이다. 또한 원작에선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시골 풍광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인물들에게 고정된 카메라 때문에 <마차 타고 고래고래>를 볼 때 풍경은 잘 드러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이들의 캠핑을 지켜보는 느낌에 그친다.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디렉팅한 음악들과 뮤지컬 배우 한지상의 노래 실력은 예상대로 훌륭하지만 뮤직비디오, 뮤지컬과 달리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감흥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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