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크리스는 과연 이 수상한 가족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겟 아웃>
2017-05-17
글 : 김보연 (객원기자)

크리스(대니얼 칼루야)는 애인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와 함께 로즈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 크리스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바로 자신은 흑인이고 로즈는 백인이라는 점이다. 크리스는 이를 괜한 걱정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당당한 태도로 로즈의 부모와 인사를 나누지만 얼마 안 가 걱정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과 마주한다. 크리스는 과연 이 수상한 가족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겟 아웃>은 코미디언으로 잘 알려진 조던 필레의 연출 데뷔작이다. ‘호러영화’라는 단순한 표현으로는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 영화는 장르영화의 재미와 인종차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동시에 추구한다. 먼저 감독은 시퀀스마다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며 다음 이야기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선보인다. 특히 여러 하위 장르의 소재들을 능숙하게 조합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결말을 향해 빠르게 전진하는 솜씨는 관객에게 큰 쾌감을 선사한다. 나아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흑인 인종차별 문제를 밀접하게 연결시킨 시나리오는 <겟 아웃>에 풍성한 의미의 층을 더한다. 감독은 정당한 이유 없는 신분 검사나 무감각하게 흑인을 차별하는 언행 등 인종차별의 현실을 결정적인 순간마다 생생하게 묘사하며 장르적 즐거움과 함께 씁쓸함을 녹여낸다. 나아가 영화 전체를 흑인의 현실에 대한 커다란 알레고리로 읽을 가능성까지 열어놓는다. 올해의 가장 흥미로운 영화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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