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악령’을 없애고 아이를 구하라! <인카네이트>
2017-05-24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엠버 박사(에런 에크하트)는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치료하는 퇴마사다. 엠버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대화를 통해 악령이 환자 몸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잠재의식으로 들어가 환자 스스로 환각임을 자각해 거기서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최근 엠버는 환상 속에서 엠버에게 가해진 상해가 현실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이상 증상을 겪는다. 이런 위험에도 그가 악령 퇴치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아내와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악령 매기를 찾기 위해서다. 박사는 마침내 11살 소년 카메론(데이비드 매주즈)의 몸속 악령에게서 매기의 흔적을 발견한다.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인카네이트>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인식된 퇴마 의식을 정신분석적 뇌과학으로 바꾸려 한다. 엠버가 퇴치 작업을 벌일 때 두뇌에 부착하는 패치와 여러 대의 컴퓨터 모니터로 구성된 장치가 등장하는데, 그 자체로 이것이 과학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 부자 관계에 트라우마를 지닌 성인 남성과 소년이 치료자와 치료대상으로 설정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엑소시즘을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풀어내려는 데 영화의 숨은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외부자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정신에 개입하는 내부자로서의 아버지를 지적한 점은 흥미롭지만, 이를 위해 감정, 접촉을 위험한 것으로 묘사하는 등 이분법적인 도식에 의존한 한계가 드러난다. 세부적인 표현방식 역시 크게는 진부한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포, 판타지, SF 등 어떤 장르로도 볼 수 있지만 어느 쪽에서 보아도 약간씩 미진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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