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한 <옥자> 기자간담회 지상중계
2017-05-25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디지털 한계 뛰어넘는 새로운 아름다움 보여줄 것
서우식 프로듀서, 김태완 프로듀서, 봉준호 감독,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최두호 프로듀서, 김우택 NEW 총괄대표가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베일에 싸여 있던 <옥자>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전세계 190여개국 9300만명의 가입자를 둔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제작을 맡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로 선정되며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옥자>의 기자간담회가 지난 5월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공동 제작사 플랜B의 제레미 클라이너 프로듀서, 최두호·김태완·서우식 프로듀서 그리고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김우택 NEW 총괄대표가 참석해 영화를 둘러싼 궁금증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옥자>의 닮은꼴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였다. 마치 절대반지를 찾아 원정을 떠난 프로도처럼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가 자신의 반려동물 옥자를 찾아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까지 찾아가는 독특한 여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사랑’이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만든 최초의 러브 스토리다. 소녀와 동물의 사랑과 모험을 다룰 것이다. 보통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상의 여러 복잡한 것들이 등장해서 풍자적인 요소도 얽히게 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과 가장 추악한 일이 동시에 벌어질 것”이라며 작품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러한 독특한 스토리와 큰 규모의 예산은 많은 회사가 제작을 망설이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며 투자를 약속했다. 테드 사란도스 최고 책임자는 “봉준호 감독이야말로 영화계의 장인이며 대가다. 그와 함께 일할 기회가 굉장히 욕심났다.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창작의 자유 보장에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유통되는 방식도 중요하겠지만, 작가이자 연출자에게는 최종 편집권을 포함해 어떻게 창작할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100% 컨트롤할 수 있는 전권을 주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며 이들과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설국열차>에 이어 두 번째로 봉준호 감독과 작업한 최두호 프로듀서는 “<설국열차> 미국 개봉 당시 웨인스타인 컴퍼니와 최종 편집에 대해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관람 등급을 포함해 봉준호 감독에게 제작의 모든 분야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줬고, 덕분에 창의적인 창작이 가능했다”며 전작과 달라진 지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TV나 컴퓨터, 모바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은 넷플릭스의 특성이 연출 스타일에 미친 영향은 없을까. 봉준호 감독은 예전과 달라진 접근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극장 스크린에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영화가 작은 화면으로 봤을 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화면을 이상하게 자른다거나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일 없이, 퀄리티 있게 콘텐츠를 관리한다. 영구적인 디지털 아카이빙에 가까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촬영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설국열차>와 달리 <옥자>를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한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한국에서는 필름이 멸종했다. 대신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은 디지털 버전의 70mm카메라 같은 카메라를 가져왔다. ‘알렉사65’는 디지털이지만 디지털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화 외적으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옥자>의 극장 개봉 여부와 상영 기간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통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은 극장에서 개봉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상영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옥자> 역시 한국에서 1주 혹은 2주간 제한 상영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우택 대표는 “오는 6월 29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상영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미국과 영국 일부 극장에서 <옥자>가 상영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옥자>를 두고 프랑스 극장연합회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는 경쟁부문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는 일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영화를 볼 수 있는 편안하고 좋은 방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고, 결국 아름답게 풀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며칠 전에 본 1960년대 어느 프랑스영화에서 ‘TV가 나왔기 때문에 시네마는 죽었다’는 대사가 나오더라. 하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드 사란도스 최고 책임자는 “우리는 두 형태가 상호배제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모든 영화가 극장 개봉도 하고 넷플릭스에서도 스트리밍되기를 바란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이 생기면 영화산업 파이도 더 커지고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쪽은 <옥자> 외에도 한국의 다른 창작자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언급했다. 테드 사란도스 최고 책임자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려고 한다. 우선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 김은희 작가의 <킹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의 TV시리즈보다 훨씬 영화 같은 스케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의 첫 포문을 여는 영화 <옥자>는 오는 6월 29일(한국 기준) 190여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옥자>를 본 브래드 피트의 반응은?

제레미 클라이너 프로듀서는 플랜B의 수장 브래드 피트가 몇주 전 <옥자>의 완성본을 보았고, 매우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옥자>에 대해 “브래드 피트와 플랜B가 그동안 해온 작품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바로 무언가를 카피한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오리지널한, 어떤 한 개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독창적인 영화”라며 참여의 의의를 밝혔다. 브래드 피트는 <옥자> 뉴욕 촬영 당시 세트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친분이 있던 틸다 스윈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50살 넘은 나이에도 턱선이 날카롭고 굉장히 자상하더라”라고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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