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조이 도이치)은 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친구 린제이가 보낸 ‘해피 큐피드 데이’라는 문자를 보니 무언가 좋은 일이 펼쳐질 것만 같다. 샘은 들뜬 마음을 하늘거리는 미니 원피스에 담았다. 친구들은 장미꽃 숫자에 목을 매지만, 샘이 기다리는 건 오직 남자친구 롭의 장미 한 송이다. 시시포스에 관한 수업 중 장미꽃 바구니를 든 오늘의 큐피드가 등장한다. 샘에게 도착한 붉은 장미꽃. 역시 롭이 보낸 것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샘 앞으로 신비로운 색의 장미가 하나 더 도착한다. 주위를 둘러보던 샘은 꽃을 보낸 이가 켄트(로건 밀러)임을 직감한다. 그날 저녁, 샘이 친구들과 함께 홈파티에 참석한 가운데, 덥수룩한 머리를 늘어뜨린 왕따 소녀 줄리엣(엘레나 캠푸리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일순 얼어붙는다.
일상의 무미건조함을 표현하는 주된 수사인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수사이길 그치고 실제가 된다면?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된 하루에 붙잡힌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타임슬립물이다. 무수한 타임슬립물이 던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뒤집어 ‘어떻게 죽어야 할까’를 묻는 것이 차별점인데, 질문을 해소하는 방식이 별다르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징적인 것은 타임슬립물에 하이틴 문화, 특히 10대 여성간의 알력 관계를 녹여낸 점이다. 거듭되는 하루 속에서 샘이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학교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듣는 산파 노릇을 하게 될 때, 영화는 한 인간이 겪은 특수한 이야기라는 폐쇄적인 틀에서 비로소 벗어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