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물을 내어주고 멀찍이 물러서도 좀처럼 다가올 줄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허기에 음식에 입을 대고도 눈엔 경계심이 잔뜩이다.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길고양이의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고양이 섬’이라 불리는 일본 후쿠오카 아이노시마섬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다 못해 귀찮은 눈치다. 아스팔트에 모로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고, 낚시하던 할아버지를 구경하다 물고기를 슬쩍 훔쳐 먹기도 한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대만 허우통 고양이들도 마을 주민과 관광객의 관심과 사랑에 익숙하다. 서울의 길고양이들만 여전히 “어둡고 좁은 뒷골목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대해 묻는 다큐멘터리다. 도쿄의 야니카 묘원, 가나가와현의 에노시마섬, 대만의 허우통 등을 돌아다니며 인간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담는다.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춘 카메라는 관객과 길고양이들의 눈맞춤을 시도하고, 관객이 고양이들의 입장을 사려하게끔 한다. 세 국가의 길고양이 생활상을 담아내는 데 이어 카메라는 각 국가의 ‘캣맘’, ‘캣대디’들의 활동을 따라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대만의 탄광촌은 몰려든 고양이와 이들을 돌봐준 캣맘의 노력으로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된다. 노인들이 많은 일본의 한 마을 역시 주민이 함께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구조 작업을 하며 고양이를 매개로 유대를 단단히 한다. 고양이의 울음으로 쓰러진 할머니를 구조했다는 뭉클한 일화 등도 소개된다. 이런 사례를 통해 인간이 고양이를 돌보고 구조한다는 일방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