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식하게 씩씩하고 대책 없이 당당하다! <델타 보이즈>
2017-06-07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일록(백승환)에게 백수 친구 예건(이웅빈)이 불쑥 찾아온다. 예건은 구청에서 주최하는 중창 대회에 참가하자고 일록을 꼬드기고, 일록은 곧 적극적으로 멤버를 모집한다. 얼마 안 가 생선 가게에서 일하는 대용(신민재)과 대용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준세(김충길)가 합류하지만 노래 연습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예건은 연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준세와 대용, 일록은 각자의 생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델타 보이즈’는 과연 무사히 중창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델타 보이즈>는 고봉수 감독이 각본은 물론 촬영과 편집까지 맡아 만든 장편 데뷔작으로 철없는 어른들이 소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린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소박한 목표’와 ‘고군분투’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씁쓸한 현실 인식이다. 네 주인공이 꾸는 꿈은 단지 작은 노래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현실의 높은 벽과 마주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은 이들이 돈은 안 벌고 ‘딴짓’을 하는 걸 못마땅해하고 주인공들 역시 계속되는 압박에 조금씩 지쳐간다. 그리고 감독은 이들의 지친 모습을 매우 솔직하게 묘사함으로써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드러낸다. 비록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인공들의 과격하고 미성숙한 행동들은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을 일으키지만 <델타 보이즈>의 생생한 활기만큼은 깊은 인상을 남기며 고봉수 감독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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