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대립군> 정창훈 제작실장
2017-06-08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울진 왕피천계곡, 동해 무릉계곡, 양양 서림계곡, 양구 도솔산, 고창 선운사. 어느 산악동호회의 추천 종주 코스가 아니다. 영화 <대립군>의 로케이션 촬영지다. 말이 계곡이지, 이곳들은 산 깊은 곳에 있거나 민간인 통제구역(도솔산)이라 일반인의 발길이 뜸하다. 총 75회차 중에서 무려 60회차가 넘는 촬영을 이런 곳에서 했다. <대립군> 제작진은 산을 넘고 또 넘어야 했던 광해(여진구)와 대립군(이정재)의 처지와 다름없었다(75회차 중 60회차가 낮 장면이고, 실내 세트 촬영은 단 한 장면도 없었다.-편집자).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에서 산을 좀 탔던 정창훈 제작실장에게 또 다른 ‘산악 사극’(?) <대립군>은 진행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산 하나만 헌팅하면 될 거”라고 만만하게 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풀 하나, 나무 하나도 지역마다 다르다”는 정윤철 감독의 ‘디테일’ 때문에 5개월 동안 삼천리 강산을 뒤져야 했다. 체중도 덩달아 10kg이 빠졌다. “촬영 전, 감독님과 많이 부딪혔다. 김정호(차승원)의 원맨쇼였던 <고산자>와 달리 이 영화는 보조 출연자만 50~200명에 이르지 않나. 안 된다, 하지 마시라, 못한다고까지 말렸지만…(한숨) 어차피 내가 지는 싸움이었다. (웃음)”

촬영, 조명, 미술, 의상, 분장 등 스탭 100여명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카메라며, 조명이며, 소품이며, 의상이며 심지어 간식인 주먹밥(때로는 도시락)까지 알루미늄 지게에 진 채로 말이다. 경주 도투락 목장에서 찍은 산성 전투신을 제외하면 계속 이동하며 찍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다음 촬영지로 이동했다. 그러다보니 스탭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때로는 나도 힘들어 죽겠다, 좀 도와달라 하면서 달래고, 또 때로는 싸우면서 진행했다.” 그때마다 “그만 두고 싶다”는 마음도 컸지만 촬영이 끝난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 “헌팅 때 둘러봤던 공간 중에서 여러 이유 때문에 못 찍은 장소가 있었다. 외길이고, 길 옆은 낭떠러지였는데 <옥자>팀은 그곳을 헬기로 이동하더라. (웃음)”

정 제작실장은 대학 시절, CF 촬영현장에서 촬영 조수로 일하다가 지인의 권유로 <아랑>(감독 안상훈)의 제작부 막내로 경력을 시작했다. “제작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지만 “꾸준히 일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단다. “힘들 때마다 스스로 쪽팔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도 동료들에게 부끄럽지않은, 믿고 일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단단한 각오다.

알루미늄 지게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20개가량 주문했다. 각 팀은 장비나 소품을 이 지게에 진 채 산을 올랐다. 제작부는 여기에 비품이나 도시락을 실었다. 도시락? 간식차나 커피차가 산에 올라가지 못하는 까닭에 도시락이나 주먹밥을 간식으로 대체해야 했다. 주먹밥 200개를 지게에 메고 산을 올라가보시라. 어찌나 무거운지 아주 죽을 지경이다. (웃음)”

2017 <대립군> 제작실장 2016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실장 2012 <도둑들> 제작실장 2011 <푸른소금> 제작부 2011 <7광구> 제작부장 2009 <로니를 찾아서> 제작부장 2009 <용서는 없다> 현장편집 2007 <최강로맨스> 제작부 2006 <아랑> 제작부 2005 광고, 뮤직비디오 촬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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