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life]
헌혈, 함께 만드는 기적. 6.14 세계헌혈자의 날
2017-06-12
글 : 씨네21 취재팀
2017년 제14회 세계헌혈자의 날 포스터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이 곧 나에게도 이로운 세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나날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사람들은 차츰 ‘나’보다는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어떤 게 공동체와 우리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고 지속적인 기부처를 찾기도 한다. 그런데 타인을 위한 손쉬운 기부는 비단 돈이나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헌혈, 건강한 몸에서 끊임없이 재생성되는 혈액 역시 지금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일이다. 혈액을 기부하는 숭고한 행위는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가능하다. 주변에서 헌혈 버스나 헌혈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내가 헌혈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통해 건강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나의 혈액이 같은 혈액형을 가진 누군가에게 전해져 급한 수술에 유용하게 쓰이고, 그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일이다.

과거 1970~80년대 한국에서 헌혈은 내 가족, 나를 위한 방편으로 여겨졌다. 영화 <허삼관>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허삼관이 아픈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혈액을 팔았던 것처럼 말이다. 허삼관은 혈액의 양을 늘리기 위해 계속해서 물을 마시고,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죽기 직전까지 혈액을 뽑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이후 매혈이 법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지만 <허삼관>을 보며 뜨거운 부성애 외에 뜻밖에 깨달은 것이 하나 더 있다. 큰돈을 모으기 위해 저렇게까지 자신의 혈액을 파는 일이 가능했던 만큼 병원은 항상 혈액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2012년 제9회 세계헌혈자의 날 지구촌 이벤트 (인간 핏방울)

비단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은 일부 의약품 제조용을 제외하고는 혈액을 자급자족하고 있고, 연간 약 300만명의 헌혈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헌혈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해도 수요보다는 공급이 모자라고, 사람들의 지속적인 헌혈은 절실하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헌혈의 중요성에 비해 헌혈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헌혈은 적당한 혈압, 일정 수준 이상의 체중만 유지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휴식만 취하면 금방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를 주지도 않는다. 헌혈 당일 음주와 흡연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뜻밖에 건강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매년 6월 14일은 전세계적으로 매혈을 지양하고 자신의 혈액을 무상으로 기증하여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헌혈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주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이날을 맞이해서라도 한번쯤 헌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첫 시작은 두려울 수 있지만 10분의 찡그림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뿌듯하고 소중한 경험을 한다면 어느새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는 ABO Friends(등록헌혈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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