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커피를 주문하시겠습니까? ‘죽음’이 서빙되었습니다 <더 바>
2017-06-14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어느 식당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벌어진다. 손님 중 한명이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게 밖으로 나간 다른 사람도 즉시 목숨을 잃는다. 더 무서운 건 경찰도 오지 않고, 뉴스는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으며, 시내의 사람들마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이곳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가게 안에 남은 8명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스페인의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신작 <더 바>는 극단적인 설정이 시작부터 흥미를 끄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외부와의 통신도 끊긴 채 가게에 무작정 갇혀 있어야 하며, 가게 안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긴장을 더욱 증폭시킨다. 관객으로서는 당연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으며, 감독도 이를 동력 삼아 거침없이 상황을 전개한다. 여기에 IS의 폭탄 테러나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일상 속에 자리한 실제 공포까지 언급하며 감독은 이야기에 생생한 긴장을 더한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을 향해 숨가쁘게 달리다 그만 세부 상황의 묘사를 생략하는 연출은 <더 바>의 도드라지는 단점이다. 특히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이 잇따라 보여주는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약간의 개연성만 부여했더라면 좀더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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