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느 쇠락한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중독 노래방>
2017-06-14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어느 쇠락한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중독 노래방. 손님이 없어 월세도 못 내던 성욱(이문식)은 고민 끝에 ‘도우미’를 고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말수 없고 우울한 표정의 하숙(배소은)이 노래방을 찾지만 그녀의 무뚝뚝한 태도 때문에 손님들은 오히려 화를 내며 노래방을 떠나기 일쑤다. 성욱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날 자칭 ‘프로 도우미’인 나주(김나미)가 노래방에서 일하겠다며 불쑥 찾아와 하숙과 갈등을 일으키고, 언젠가부터 노래방에는 라면이나 담배, 소주가 야금야금 사라지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을에 연쇄살인범이 나타났다는 소문까지 돌자 성욱의 근심은 갈수록 깊어진다.

<복면달호>(2007)의 김상찬 감독이 연출한 <중독 노래방>은 아픈 사연을 간직한 주인공들이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는 줄거리의 이야기다. 하루 종일 노래방을 지키다 포르노를 보며 잠드는 게 유일한 낙인 성욱이나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하숙, 그리고 돈을 버는 데 매우 강한 집착을 보이는 나주 등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들 마음에 짙은 그늘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의 상처 극복을 서사의 핵심 목표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독 노래방>의 큰 문제다. 갑자기 벌어진 어떤 비극적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주인공들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는 전개는 너무 손쉽고 단순한 해결로 보인다. 사연의 무게가 요구하는 진지한 치유의 과정이 부족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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