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은 2009년부터 4년여 동안 KBS에서 방영된 도전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종영한 지 4년이 훌쩍 지났지만 합창단 등 몇개의 굵직한 프로젝트는 대중의 뇌리에 남아 있다. ‘남격 합창단’의 성공에 힘입어 평균 나이 60살 이상의 ‘청춘 합창단’이 안착했다. 이제 청춘 합창단의 노래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모여서 노래한다. 이들이 노래하는 이유는 추억을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목표 때문이다. 유엔 초청 공연에 이어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공연이 이들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다. 이를 위해 누군가는 매주 김해, 완주 등지에서 과천까지 오간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고된 여정을 감수하도록 만든 것일까.
청춘 합창단의 탄생 그 이후를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연습 장면, 합창단원들의 삶, 인터뷰, 공연 실황, 배우 안성기의 내레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무엇보다 노래, 특히 합창에 있다. 굳이 ‘청춘’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들의 목소리만큼은 ‘노년’의 나이를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젊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가 합창의 힘을 온전히 믿은 것 같지는 않다. 영화는 세계 무대에 선 합창단의 존재를 ‘분단국가의 노인들’로 네이밍하는 등 이들을 하나의 성과로 의미화하려 한다. 합창단원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고민이 더 필요했다. 사연을 연결하는 방식이 나열적일 뿐만 아니라 인터뷰가 중간에 내레이션으로 대체되면서 인터뷰를 기능적으로 사용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몇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청춘 합창단의 근황이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