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즌4의 드라마, 두편의 극장판이 나왔지만 <심야식당>의 포맷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이 공간에는 얼굴에 원인 모를 흉터가 있는 마스터가 있고, 그의 음식을 먹다 보면 손님들은 자연스레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이렇듯 마스터는 <심야식당> 고유의 정서를 책임지는 핵심이고, 그를 연기한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1980년 데뷔한 일본의 베테랑 배우다. <비밀> <도쿄타워> 등 많은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그의 연륜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심야식당>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심야식당2>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와의 짧은 만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창한 표현 없이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 대화를 전한다.
-2년 만에 <심야식당>의 두 번째 극장판이 나왔다. 지난 9년간 드라마와 극장판에 모두 출연한 배우로서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는가.
=원래 영화를 하던 사람들이 드라마 <심야식당>을 만들었다. 그래서 언젠가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심야식당>이 처음 영화화됐을 때나 2년 만에 또다시 극장판이 만들어졌을 때 “드디어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싶더라. <심야식당>의 시즌4의 드라마를 합치면 40편 정도 되고, 이중 어떤 에피소드가 영화화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균일한 톤으로 극장판을 만들었다.
-이번 <심야식당2>에서는 전편에 비해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아들에게 메밀국수 가게를 물려주려는 세이코 이야기나 보이스피싱 사기로 도쿄에 올라온 유키코 할머니의 에피소드가 그러하다. 이런 스토리에 특별히 더 공감이 가나.
=아무래도 내 나이가 있다 보니(고바야시 가오루는 1951년생이다) 특별히 더 마음이 가는 사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에피소드가 자식 같다. 이번 극장판에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있고, 드라마판까지 포함하면 40개 넘는 사연이 있지만 특정 이야기가 인상에 남기보다는 각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마스터 얼굴에 난 상처의 비밀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더라. 이에 대해 마쓰오카 조지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나.
=눈에 띄는 곳에 상처가 있으면 사람들은 상상을 한다. ‘저 사람은 젊은 시절 남자의 자존심을 걸고 큰일을 치르지 않았을까’라고 시청자들이 짐작하게 되는 거다. 하지만 감독의 생각은 이랬다. 옛날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는데 눈앞에 철판이 있어서 생긴 상처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래도 사람들이 딴쪽으로 상상을 한다면 그냥 그렇게 놔두자고 말이다.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음식 중 집에서 직접 만들어본 것도 있나.
=음식을 썰거나 하는 일부 장면을 직접 연기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심야식당>에 나오는 음식은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이이지마 나미 음식감독이 만드는 것이다. 그중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본 음식이 있다. 기다란 마의 껍질을 벗긴 후 5~6mm 정도 네모 모양으로 잘라 프라이팬에 솟대처럼 구운 것이다. 마지막에 간장을 살짝 첨가하는 것 외에는 양념도 하지 않는다. 이것을 옆에서 먹어봤더니 맛이 좋고 만들기도 쉬워 종종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해먹곤 한다.
-<심야식당> 외에도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심야식당>이 다른 출연작과 남다른 점이 있다면.
=원래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작품을 만들 때 밀도 있게 만나다가도 촬영이 끝나면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심야식당>은 같은 출연진, 같은 스탭이 장기간 다른 작품을 하다가도 돌아올 수 있다. 이것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점이라고 아직은 단정할 수 없지만, 먼 훗날 되돌아보면 <심야식당>이 가진 의미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