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모든 밤이 <미드나잇 인 파리>(2012)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다. 파리 극장 운영주 루이지(에두아르 바에르)와 동행하면 누구보다 피곤하고 소란스런 밤을 보낼 테니까. 대책 없이 낙천적인 성격으로 극장 매니저 나웰(오드리 토투)의 분노를 사는 그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연극을 올리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밀린 임금과 무대에 설 원숭이를 찾아 파리 시내를 헤매게 된 루이지. 그의 여정에 인턴 직원 파에자(사브리나 와자니)가 동참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루이지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 밤새 술집을 전전하며 친구에게 허풍을 치고, 없는 돈은 부도 수표로 메우기 일쑤다. 루이지의 이런 행동은 늦게까지 반복되고, 결국 상황을 수습하고 마음 상한 직원들을 달래는 것은 파에자의 몫이 된다.
우스운 사실은 다음날이 되자 기적처럼 모든 일이 정상궤도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루이지가 처음부터 그린 그림인지, 기막힌 행운이 겹친 결과인지는 모른다. “루이지를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매니저 나웰은 이런 일쯤은 종종 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묻는다. 여기까지 오면 좋든 싫든 이것이 루이지가 극장을 운영해온 방식이란 점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예측 불가인 루이지의 행보를 따라, 어디로 흐를지 알려주지 않은 채 말미에 다다른 영화는 산만함마저 파리의 특별한 공기라는 결론으로 접어든다. 상상과는 다른 모습일지라도, 파리는 여전히 모든 이에게 마법 같은 밤이 허락되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밤새 벌어지는 짧은 소동을 그리면서도, 조연들에게까지 저마다의 캐릭터를 부여한 세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