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역사를 돌아볼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피로감’과 ‘동어반복’일 것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번이라지만 <트랜스포머>는 같은 뭇매질에도 항상 당당했다. 1편이 나온 후 10년이 흘렀고 시리즈도 5편에 다다랐다. 제작비 2억2천만달러, 세계관의 확장, 추가된 캐릭터 등 이번에도 역시 전편의 ‘과오’를 잊게 할 엄청난 미끼들이 관객을 현혹한다. 마이클 베이는 늘 지적되어오던 ‘개연성’의 문제를 확실히 풀고 가겠다는 입장으로, 다소 과하다 싶어 보이는 12명의 시나리오작가를 동원했다.
작가진의 활약에 힘입어 트랜스포머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왔다는 설정은 사뭇 흥미롭다. 트랜스포머의 역사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가 활약하던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세계대전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중요한 역사에 함께했다. 위기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같은 인간과의 관계를 망각하고 인간을 적으로 간주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제 멸망한 고향 사이버트론을 재건할 필수요소인 ‘멀린의 지팡이’를 찾기 위해 지구를 공격하고, 동료 범블비와의 대결까지 불사하는 침략자로 지구에 온다.
12명의 작가 중 누가 고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 합류한 영국인 캐릭터인 버튼 경(앤서니 홉킨스), 비비안(로라 하드독), 그리고 집사 로봇 코그맨(영국식 유머, 다혈질 성격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삼인방의 활약이 퍽 재밌다. ‘새롭다’라는 말과는 배치되지만, 시종 변신하고 합체하고 부수어대는 후반부 로봇 전투 신도 차고 넘쳐 흐른다. 이 장면들을 빼면 그게 또 트랜스포머인가 싶어지는 만큼, 다소의 인내심은 발휘해도 괜찮지 싶다.
그럼에도 피로도는 쌓여만 간다. 전반에 등장했다 사라진 후, 후반부 전투 신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캐릭터 상당수의 등장과 퇴장이 느닷없이 전개된다. 무수한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을 쫓아다니다 극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흠씬 두들겨맞은 듯한 기분이 드는 체험. 이 또한 익숙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