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고려시대 직지를 둘러싼 역사 추적극 <직지코드>
2017-06-28
글 : 이화정

“(서구의) 사제가 고려 금속활자 인쇄의 설계도를 가지고 왔다는 겁니다.” 미국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연설 중 이 말을 했다? <직지코드>의 제작진은 고어의 말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찾으려 한다. 고려시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세계 최초라는 걸 입증하려면, 당시 동서양의 교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귀를 솔깃하게 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직지코드>는 고려시대 직지를 둘러싼 역사 추적극이다. 금속활자의 시작이 곧 문명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최초의 금속활자의 진위를 밝히는 작업은 중차대하다. 제작진의 의심대로 직지의 서구 전파가 입증되면, 지금까지 알려진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가 최초가 아니게 되고, 세계사 역시 수정되어야 한다. 출발부터 아시아인을 향한 차별에 부딪힌 감독과 제작진은 유로센트리즘(유럽 중심주의), 그리고 직지를 둘러싼 음모론으로까지 나아간다. 아니, 그 ‘벽’에 번번이 부딪힌 이들은, 그럴수록 직지가 서구로 전파되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몰래카메라와 거짓말 같은 수단도 이들의 ‘진실찾기’에 적극 동원된다.

제작진이 유럽을 종횡하며 예산 부족, 도난 등의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마주치는 동안 직지의 전파를 찾는 건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거대한 아카이브 앞에서 단서가 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찾기 위한 과정은, 어떤 결과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상당 부분의 역사는 헤게모니의 우위 다툼에 밀려서, 또 우리의 무관심에 의해 방치되어왔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그래픽의 활용, 빠른 편집, 국악을 통한 긴장을 놓치지 않는 연출이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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