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영화’라는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처럼 ‘정부’가 정해버린 표현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라는 말이다. ‘일하는 주체이자 권리자’로서의 노동자를 악착같이 ‘순종적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자로 부르려는 시도 아래에서, 5월 1일의 ‘공식’ 명칭은 바로 1994년 제정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자의 날’이다. 물론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부르건 노동절로 부르건 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급 휴일’이란 약속이 지켜지기만을 바랄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양성영화도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시네마워크 사업계획안’에 언급된 용어로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제작 영화에 한해 극영화건 다큐멘터리이건 일정 제작비 이하의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지칭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어쨌건 새 정부에서 새롭게 꾸려질 문화정책 담당자들이 보다 현실감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비긴 어게인> 같은 영화들이 다양성영화로 지정되는 것을 넋놓고 봐야 하는 독립영화인들의 심경을 헤아린다면 말이다.
이번 1112호 커버는 경기도 다양성영화 지원사업인 ‘G-시네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들, 그리고 그로 인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감독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참 다양성영화가 어쩌고 떠들었는데 작금의 명칭이야 그렇다치고, 지원사업이 보다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이요 거기서 더 나아가 명칭과 컨셉까지 머리를 맞대고 새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그처럼 2013년부터 꾸준히 다양성영화 상영 기회를 늘리고 제작을 지원해온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씨네21>은, 연이어 다음주 표지를 장식하게 될 사람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다양성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의미 있는 협업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후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과 아이들 배우, <재꽃>의 정하담 배우, <컴, 투게더>의 신동일 감독과 이혜은, 채빈 배우, <마돈나>의 신수원 감독과 권소현 배우, <야근 대신 뜨개질>의 박소현 감독, <용순>의 신준 감독 등을 한자리에 모은 그림이 꽤 근사하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독립 장편영화들을 엄밀한 의미에서의 독립영화라고 보지 않는다. 그들의 창작의 순수성을 근본부터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 작업이라는 영화 제작과정의 특성상 학교를 통해 구조화된 일정과 인력의 도움을 얻은 영화들이, 지난 몇년간 한국 독립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성과처럼 수렴되어온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물론 이 자리를 빌려 어떤 근원적인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와 전혀 다른 영토에서 진짜 독립군처럼 고군분투해온 신수원, 박석영, 윤가은 감독의 존재와 그 가치를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처럼 재능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더 많이 발굴되었으면 한다. 쭉 지켜봐주시길.